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허위 정보를 단속한 것 관련 지난해부터 미국 공화당의 조사를 받고 있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유행 당시 관련 콘텐츠를 "검열"하도록 회사에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가 대선을 앞두고 위험 분산을 위해 우파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2021년 백악관을 포함한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몇 달간 반복적으로 우리 팀에 유머와 풍자를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특정 콘텐츠를 검열하라는 압력을 넣었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팀에 대한 많은 좌절감을 표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가 언급한 '특정 콘텐츠'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백신 관련 허위 정보를 비롯해 소셜미디어에 범람한 허위 정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한에서 "정부의 압력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더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반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궁극적으로 콘텐츠를 삭제할지 말지는 우리의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의 서한은 조던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메타,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거대 기술 기업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바이든 정부의 강압 혹은 정부와 공모해 콘텐츠를 검열했다며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것이다. 공화당은 이러한 허위 정보 차단 조치가 정치적으로 편향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릇된 해석을 내놓으며 혐오 표현 및 허위 정보 감시에 거부감을 보여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인수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는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의 이러한 주장이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삭제한 허위 정보와 학대가 포함된 게시물 중 우파 이용자들의 게시물이 많은 것을 두고 우파가 보수주의자 억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좌파 쪽의 유사한 게시물도 제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법사위 공화당은 서한을 공개하며 "표현의 자유를 위한 큰 승리"라고 반겼다. 공화당이 허위 정보 삭제 요청을 불법 검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저커버그는 서한에서 이와 유사하게 "검열"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커버그는 서한에서 사실 확인이 안 된 정보에 대한 일시적 유포 제한 조치를 더이상 취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의 바이든 가족 관련 허위 정보 작전 가능성을 경고하는 가운데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관련 부패 의혹을 제기한 보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보도가 플랫폼에서 유포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억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저커버그는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정보에 대해 사실 확인 기간 동안 선제적으로 유포를 제한하던 조치를 더이상 시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따라 대선을 불과 10주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허위 정보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외신은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적이 된 저커버그가 대선을 앞두고 위험 분산을 위해 공화당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유세 중 총에 맞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내 인생에서 본 가장 멋진 일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저커버그가 서한을 보낸 조던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땐 저커버그를 감옥에 보낼 수 있다고 시사하며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미 의회의사당 폭동 이후 페이스북 계정이 차단된 것을 두고 저커버그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했다. 같은 달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선거 사기꾼들을 전에 없던 수준으로 추적하고 장기간 감옥에 가둘 것"이라며 저커버그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은 지난해 초 복구됐다.
저커버그는 서한에서 이번 선거에서 "내 목표는 중립을 지키고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CNN 방송은 해당 서한이 결국 "저커버그가 선거 시즌에 공화당에 준 선물"이자 "정치적 무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저커버그가 공화당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은 정권 교체 때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달 초 구글이 미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하면서 업계에 관련 경각심이 올라온 상태다.
관련해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치명적인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에 직면했을 때 정부는 공중 보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장려했다"며 "기술 기업과 다른 민간 행위자들은 그들이 제시하는 정보에 대한 독립적 선택을 내리면서 그 행동이 미국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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