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석 명절 전후 2주간을 '비상 응급 대응 구간'으로 지정하고 당직 병·의원 운영, 응급실 진찰료 인상 등 특별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의사단체들이 간호법 통과에 반발하며 다시 단체행동 가능성을 언급하고, 간호사 등으로 이뤄진 보건의료노조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의료 공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에도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한다"며 "이 기간 동안에는 응급의료전달체계의 강화, 응급실 진료 역량 향상, 후속 진료 강화 등 강도 높은 응급의료 집중지원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상응급 대응주간'에 올해 설 연휴보다 400여개 많은 4000개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408곳 응급의료기관에 적용되던 '응급 진찰료 한시 가산'을 112곳 응급의료시설에 확대 적용하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기존 인상분인 150%에서 200%로 인상하는 조치도 취해진다. 이와 함께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해 인건비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또한 응급의료기관·시설이 KTAS(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 3~5에 해당하는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것은 진료거부로 보지 않기로 했다. KTAS 1~2에 해당하는 중증·응급환자 대한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응급 환자를 많이 받은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논의된다. 응급실 진료를 받고 입원한 환자의 수술, 처치 등에 대한 수가 인상,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 전원 환자 수용률에 따른 추가 지원 등이다.
브리핑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대책상황실장은 '250% 인상 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가 얼마로 바뀌냐'는 질문에 "올해 2월부터 기본 진찰료를 100% 인상해 8만 원 정도를 내게 돼 있다. 150%를 인상하면 그보다는 조금 더 많아 10만 원 정도 되고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올라간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답했다. 이 경우 250%를 기준으로 한 기본 진찰료는 14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상황실장은 '환자 본인이 어떻게 중증도를 판단해 응급실 방문을 자제할지 의문이다'라는 질문에는 "저희가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훈련된 인력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환자 상태를 평가하게 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나의 증상이 어느 정도 중증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119 이송을 요청하실 경우 구급대원들이 판단해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병원을 안내해드리기 때문에 잘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같은 정부 대책이 '명절 응급실 대란'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추진에 더해 그간 반대해왔던 간호법의 국회 통과로 의사들은 의료 현장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올 초부터 이어진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한 업무 과부하 상태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오는 29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9개 의사단체는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27일 국회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에 간호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와 국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4만 의사 회원들은 국민을 살리고, 의료를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8일 국회에서 결국 간호법이 통과되자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 의협회관 1층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들에게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정부와 국회가 준 것"이라며 "의료 공백을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듯 (간호법 입법을) 강행했다"고 반발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 합법화를 핵심으로 하는 간호법은 이날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이르면 내년 6월 시행될 전망이다. 진료지원 간호사들은 현재 정부가 실시한 시범사업에 따라 의사 업무 일부를 수행하며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간호사가 대거 소속된 보건의료노조가 조속한 진료 정상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경영 악화 책임 전가 금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오는 29일 총파업을 벼르고 있다. 다만 간호법 통과의 영향으로 파업을 예고했던 병원 61곳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 7개 병원 18개 사업장에서는 교섭이 타결됐다. 나머지 사업장에서는 조정이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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