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잘 때", "캬 용기 있네", "(여동생에게) 졸피뎀 4~5개 먹여라", "4알이면 중간에 깨도 기억 못 할 걸", "엄마가 아니라 오나X(성인용품)이 집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ㄱㅌ(개인 메시지)", "엄마 사진 공유하고 나니까 뭔가 영웅이 된 느낌인데 ㅋㅋ 뿌듯하다"
여성 지인의 사진을 합성(딥페이크)한 불법 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하는 '지인 능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엄마·누나·여동생·사촌 등 친족을 대상으로 한 '친족 능욕' 사진·영상 공유가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혈연관계라는 특성상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려울뿐더러, 수사기관은 '가정 내 문제'로 보는 경우가 잦아 범행 근절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부터 '가족능욕'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의 성범죄 가담자 2000여 명은 엄마·누나·여동생·사촌 등 친족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불법 합성물을 제작한 뒤 성적 모욕을 주는 발언을 일삼았다.
이들은 여성 친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또는 일상생활 중 본인이 촬영한 사진을 공유했다. 또한 친족의 속옷 사진, 옷을 갈아입는 사진, 목욕하는 사진 등을 올리고 친족이 잠든 사이 옷을 들추거나 성추행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불법촬영물 중에는 보안을 위해 집에 설치하는 '홈캠' 영상을 갈무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있었다.
성범죄를 위해 친족에게 졸피뎀 등 약물을 주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2700여 명이 모여 지인·친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동생의 성추행 영상을 올린 한 가해자는 "잠드는 약을 먹였더니 만져도 모른다"며 범행을 위해 약물을 동원한 점을 자랑하듯 말했다. 이에 가담자들은 "4~5알 먹여라", "졸피뎀 4알이면 중간에 깨도 기억 못 한다" 등 구체적인 용량을 권유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채팅방에 올라온 영상들을 딥페이크로 만들어 재배포했다. "친족 사진 보내주면 다른 사람 딥페이크 보내주겠다"며 성범죄물을 교환하는 하는 가해자도 많다. 이같은 구조를 통해 채팅방에 성범죄물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가담자들은 경쟁하듯 성희롱을 이어나갔다.
이들이 범행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명예욕'이었다. '친족능욕' 방에서 모친의 사진을 올린 가해자는 "사진 공유하고 나니까 뭔가 영웅이 된 느낌인데 ㅋㅋ 뿌듯하다"라고 말했으며, 다른 가해자는 "주위에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수가 없으니 여기서 한 것"이라고 했다.
가해자들은 서로 이러한 욕망을 부추겼다. '대담하다', '나도 해보고 싶다'며 불법촬영물을 올린 가해자들을 추켜세우는 한편, 더 수위 높은 범죄를 저지르라고 종용했다. 요구를 거부한 가해자에게는 "쫄?(겁먹었니)"이라며 비아냥대고, 받아들인 가해자에게는 '네임드'라며 우상화했다. 또 대화방 관리자들은 성범죄에 가담하지 않고 침묵하는 가입자들은 꾸준히 추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불법촬영물 생성을 사실상 강요하기도 했다.
집단 성착취는 텔레그램을 벗어나 현실세계로 이어진다. 가해자들은 친족의 연락처 및 SNS 계정을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성적 모욕을 주는 발언을 보내기도 했다. 모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올린 가해자는 "엄마가 누가 자꾸 암캐X이라고 메시지 보내고 전화 걸었다고 했다"라고 말했으며, 다른 가해자는 "님 엄마가 섹시하니까요"라며 피해자를 탓했다. 여동생의 연락처를 공개한 가해자는 "지금 여동생 안 자고 있으니까 연락 보내면 받을 것"이라며 다른 가해자들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여성들이 일상과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친족에게조차 성착취를 우려해야 함에도 어디서 범죄 모의가 이뤄지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가해자들은 채팅방 관리 권한을 가진 운영진을 꾸리고 여러 장치를 통해 보안을 지키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특히나 '텔레그램은 한국 경찰에게 수사 협조 안 한다'며 가담자들을 안심시키면서 범행 정황을 삭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채팅방을 폐쇄하고 새로 만들었다. '지인능욕', '교사능욕' 등 다른 성범죄 채팅방도 모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설령 성착취를 인지하더라도 피해자는 혈연 관계에 놓인 가해자를 신고하기 어렵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는 피해 상황을 인지하더라도 가족들이 신고 사실을 알게 될 것을 염려하거나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신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모든 증거를 수집해오지 않는 이상 수사 접수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친족능욕을 포함해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을 착취할수록 영웅시하는 남성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한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공동대표는 "딥페이크를 포함한 'XX능욕'은 여성을 함부로 대함으로써 권력을 느끼고 남성 간 연대를 공고히 하는 남성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선 학교에서 남학생들에게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시키고 여성을 서로 관계 맺으며 함께 살아갈 존재로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내 성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소장 또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압수수색을 강화하고 특히 여성폭력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무엇보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단호히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과 경찰의 성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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