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천만원 넘는 임금을 떼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에 체포당한 사건을 두고 "미등록 외국인의 실질적 권리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통보의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체류 중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미등록 외국인의 권리구제를 위해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통보의무 면제범위에 노동관계법령 위반에 대한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포함하는 규정 신설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베트남 출신의 미등록 외국인 A씨를 지원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와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경남 창녕군 소재의 금속가공업체에서 근무했다. 그는 사업장에서 작업하던 중 떨어진 철근에 부딪혀 쇄골이 골절되었음에도 약물치료 정도만 받으면서 일했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퇴사를 결심했다.
A씨는 퇴사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퇴직금과 남은 임금 10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창원고용노동지청을 방문해 진정을 제기한 뒤 대질조사를 받으러 가던 찰나, '노동자가 임금을 달라고 자신을 협박한다'는 사업주의 신고에 출동한 경찰관 2명에게 체포당해 출입국에 인계됐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경찰에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의한 피해자도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며 출입국관리법상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언급했으나, 현행법상 임금체불 피해자는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체포를 피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A씨와 같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지만 노동관계법령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어 지방고용노동청 조사가 진행 중인 피해자의 방어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령상 통보의무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임금체불 등의 피해를 입은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조사 및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도 통보의무를 적용하면 미등록 외국인들이 강제퇴거를 우려해 권리구제를 포기하거나 이들의 취약한 상황을 악용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등록 외국인의 실질적 권리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70조의2에 규정된 통보의무가 면제되는 업무 범위에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라며 출입국관리 사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에게 이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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