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일하던 건설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에 검찰이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노동계에서 고용노동부 폭염지침을 법제화해 구체성을 띤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이 건설 현장 작업 시 폭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원청 건설업체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청업체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일 기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022년 7월 22일, 대전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 건물 꼭대기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A씨가 열사병 증상을 보여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진 사건에 대해 검찰이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폭염에 노출된 장소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에게 "적절한 휴식"과 "그늘진 휴식 장소"를 제공하고, 노동자가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소에 소금과 음료수 등을 갖춰야 한다. 사고 당일 A씨가 일하던 현장에서는 최고 기온이 33.5도에 달했지만 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검찰의 이번 기소에 대해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폭염 대응 매뉴얼을 사업주가 마련했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의미를 짚은 뒤 "안전보건규칙에는 휴식 규정이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폭염지침은 구체적이지만 의무가 아니라 권고에 불과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침을 지키면 손해고, 안 지키면 그만"이라며 "폭염지침 법제화가 노동자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고용노동부 폭염지침에는 휴식 장소, 음료 제공 외에도 △폭염주의보·경보 등 특보 발령 시 10~15분 이상 규칙적 휴식 부여, △폭염주의보 시 무더운 시간대(14~17시) 옥외작업 단축 또는 작업시간대 조정, △폭염경보 시 무더운 시간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옥외작업 중지 등 폭염 상황에 따른 대응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건설노조는 "22대 국회가 열리면서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14개 중 폭염 관련 법안이 5개다. 그만큼 관심은 뜨겁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폭염은 더 가혹해졌다.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폭염지침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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