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교육생은 노동자라는 고용노동청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당사자들이 콜센터 업체가 '교육기간'이라는 명분 하에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의무도 이행하지 않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콜센터 교육생들은 8일 '할말 잇 수다 기획단'과 공공우수노조 희망연대본부·든든한콜센터지부가 서울 서대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연 '콜센터 노동자·교육생 증언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 11일 경기 부천 소재 한 콜센터 아웃소싱업체 콜포유에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 시정명령을 내렸다. 해당 업체는 지난 1월 허모 씨를 상담원으로 채용한 뒤 열흘 간의 근무기간에 대해 '교육기간'이라고 주장하며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일당 3만 원을 지급했다. 허 씨를 노동자가 아닌 사업소득자로 신고해 지급한 일당에서 사업소득세 3.3%를 떼기도 했다.
허 씨가 낸 체불임금 진정에 대해 부천지청은 업무수행에 필요한 직무교육은 근로계약 기간에 해당한다며 콜포유가 최저임금과 일당 간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진정 당사자인 허 씨는 이날 증언대회에서 "콜센터가 사람을 뽑아 교육시키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일을 시키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며 "콜센터 교육생이 받는 교육은 회사의 필요에 의한 업무수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용실, 메이크업샵 등에서도 교육생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콜센터 업계에도 변혁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 씨는 또 "고용노동부도 교육생 고용 관행이 퍼진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는커녕 교육생이라는 말장난으로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해 비용을 절감해 온 기업들에 훈련지원금을 주고 있다"며 "콜센터 상담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상담사 교육기간에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단이 더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켓컬리의 콜센터 용역업체에서 교육생으로 일했던 김진원 씨도 "7일의 교육기간에 대한 교육비는 하루 4만 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5000원도 되지 않았다"며 "이마저도 콜센터 업체가 채용공고에 없었던 의무재직기간을 채우지 않았다고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콜센터 교육생이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허 씨의 체불임금 진정을 대리한 하은성 노무사는 콜센터 업계에 교육생 고용 관행이 퍼진 이유로 교육생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지목한 뒤, 이같은 해석이 교육생을 포함한 '시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 씨의 체불임금 진정에 대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의 판단에는 잘못된 행정해석을 적용하는 기존 관행을 바로 잡은 것"이라며 "노동부는 교육생에 대한 행정해석을 재정립하고 대규모 근로감독에 나서 '교육생 제도'를 통한 임금착취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꼼수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관행 전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콜센터 교육생 문제를 두고 "멀쩡한 노동자를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둔갑시켜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오분류 노동자' 문제의 한 유형"이라고 설명한 뒤 "윤석열 정부가 '노동약자'로 호명하는 이들 대부분은 실제로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오분류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생,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같은 이들을 '노동약자'로 호명해 따로 지원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해 기존 노동관계법을 적용해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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