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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투명인간도 욕받이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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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투명인간도 욕받이도 아닙니다"

[거인들의 발걸음] 국회 앞에서 열린 콜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감정노동의 강도가 가장 강은 업무가 콜센터 전화상담 업무가 아닐까? 급한 용무로 콜센터에 전화하는 사람들은 답답하고 급한 마음에 콜센터 상담사의 인권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기 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결코 없다. 또 어떤 때는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을 하고 욕을 하기까지 한다. 상대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투명인간 취급하고 욕받이로 만들어 버려도 되는 걸까? 그 상대 역시 나처럼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고, 동료고, 어엿한 노동자이며, 오롯한 사람인데 말이다.

추석 연휴가 막 끝난 10월 4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에 국민은행, 하나은행, 현대해상 콜센터 상담사들이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모였다. 같은 날 오전에는 각각 국민은행 본점, 하나은행 본점, 현대해상 본점 앞에서 사전 집회를 열었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는 '상담사의 처우를 개선하라!', '차별 대우 못 참겠다.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노조법 2, 3조 개정하라!'였다.

상담사의 처우를 개선하라!

상담사들은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의 전화를 끊을 수조차 없다. 그럴 경우 사측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업무 시간 중 휴게 시간을 제대로 갖지도 못한 채 마치 기계가 된 것처럼 일만 해야 한다. 특히 은행 콜센터 업무의 경우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온종일 계속되는 긴장 속에서 일해야 한다. 이러한 극한 악조건 속에서 일하지만 상담사들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도 배제되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대부분 각 본사에 소속된 정규직이 아니라 용역업체, 자회사에 소속된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은 모회사의 상품상담부터 보상상담에 이르기까지 주요 업무를 도맡고 있다. 그런데 모회사들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고도 콜센터 상담사들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 초, 은행권과 보험권의 성과급 잔치가 논란이 될 정도로 금융권 수익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4개 금융지주로 꼽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5조8506억 원에 이르는 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이자로 39조6735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으로 꼽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1억3000억 원의 성과급을 정규직들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금융권의 수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코로나19 시기에 대면 접촉이 어려운 만큼 콜센터에 업무가 집중된 상황에서 그것을 여러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상담사들이 묵묵히 수행한 덕분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가 열렸다. ⓒ김경미

차별 대우 못 참겠다!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노조법 2, 3조 개정하라!

모회사들은 콜센터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차별을 했을 뿐 아니라 상담사들이 모회사의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안다. 또한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 또한 뻔히 알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들은 상담사들을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라며 모르쇠를 일관하고 있다. 이에 상담사들은 처우 개선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진짜 사장이 책임질 수 있도록 노조법 2조, 3조를 개정하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상담사들의 요구는 전혀 엉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노동한 만큼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존중해 달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날, 상담사들은 '콜센터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라고도 외쳤다. 콜센터 업무는 그만큼 우리 삶 곳곳에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콜센터 상담사의 처우 개선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상담사는 물론 각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한편, 오는 11일에는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의료공공성 강화와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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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글을 쓰고 외국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책을 만들며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의 대한문 분향소 농성을 계기로 잠시 잊고 있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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