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장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한 이후 하마스는 하니예보다 강경하다고 분류되는 야히야 신와르를 새로운 정치국장으로 선출했다. 이스라엘이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인물을 상대하게 됐다는 분석과 함께, 중동 지역의 긴장도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이하 현지시각)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순교자 이스마일 하니예 사령관의 뒤를 이어 야히야 신와르 사령관을 정치국장으로 선출한 것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하니예는 지난 7월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 수도 테헤란에 방문했다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했다.
새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설계한 인물로, 하마스 내에서도 강경한 인물로 평가된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신와르가 "타협하지 않는 하마스의 고위 관리들 중 하나"라고 전했다.
1962년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에서 태어난 신와르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을 이어왔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1980년대 초 가자지구에 있는 이슬람 대학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에 반대하는 행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당국에 수 차례 체포됐다.
대학 졸업 이후 그는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무장 저항을 하기 위한 전투원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고, 이 그룹은 후에 하마스 군사 조직인 카삼 여단이 됐다. 이어 1987년 하마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에 의해 하마스가 설립되자마자 신와르는 하마스 지도자들 중 한 명으로 합류했다.
다음해인 1988년 그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체포됐는데, 두 명의 이스라엘 군인과 네 명의 팔레스타인 스파이 혐의자들을 감금하고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기간동안 신와르는 이스라엘 감옥에서 히브리어를 배웠고 이스라엘의 정치를 비롯해 여러 문제들에 정통한 수준이 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2011년 하마스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군인인 길라드 샬리트와 맞교환되어 석방된 신와르는 2012년 하마스 정치국으로 진출했고 카삼 여단과 협력하는 임무를 맡았다. 2014년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7주 간 공세 동안 정치적‧군사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은 2015년 그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다.
2017년 신와르는 하마스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하니예의 뒤를 이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수장이 됐다. 그는 2021년 <바이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많은 비용 문제가 있어 전쟁을 추구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를 흔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와르는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저항을 시도했다. 우리는 세계의 자유로운 시민들과 국제 기구들이 우리의 편에 서서 우리 국민들의 학실이 멈추길 기대했다"며 "불행하게도 세계는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은 우리가 죽임을 당하는 동안 예의를 갖춘 희생자가 되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학살되기를 기대하나"라며 하마스의 무장 투쟁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밖에서 활동했던 하니예와는 달리 가자지구 내부에서 무장 투쟁을 중시하는 신와르가 하마스의 사실상 최고지도자가 된 것을 두고,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보내는 강경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신와르의 선출에 대해 또 다른 암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신와르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유일한 것은 "지난 7월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와 같은 운명"이라며 신와르를 살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신와르의 선출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신와르가 "봉쇄된 가자 지구의 심장부에서 저항군과 함께 최전방에 있다"며 "돌무더기, 봉쇄, 살인, 굶주림 속에서 국민들과 함께 있는 신와르 형제가 선택된 것은 적이 지도자들을 살해함으로써 추구하려는 목표가 실패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와르의 선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행정수도인 라말라에 기반을 두고 있는 누르 오데(Nour Odeh)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방송에 "하마스가 그를 이 운동의 지도자로 지명한 것은 하마스 운동에서 가자지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에 관한 한 가자지구가 결정권을 가지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관측은 하니예 암살 직후부터 제기돼왔다. 하마스 전문가인 아즈미 케샤위 국제위기그룹 연구원은 지난 1일 방송에 "하니예는 강경파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는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이제 그의 부재로 (이스라엘)은 하마스 최고위층의 강경파 인사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호주와 외교‧국방장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가 "최종단계"에 있으며 모든 당사자들에게 이를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추가적인 공격은 영속적인 갈등과 불안정을 만들 뿐이라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역내 분쟁이 더 이상 확대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이스라엘에 미군을 파병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시카고국제문제위원회가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1일 사이 미국인 10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미군 파병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더라도 여전히 응답자의 56%는 미군 파병에 반대했다. 찬성 비율 역시 42%로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파병 찬성 비율 역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에 따르면 파병 지지율은 2010년 47%, 2012년 49%, 2014년 45%였고 2015년, 2018년, 2021년에는 각각 53%로 나타났다.
백악관도 확전을 방지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서부 알아사드 공군 기지에 5일 로켓 2발이 떨어져 미군 관계자 최소 5명이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아직 (이란 및 헤즈볼라의) 대응이 시작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을 방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갈등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라며 "역내 다른 국가들에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란이 긴장을 높이지 않도록 독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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