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매년 전국에서 3만 명 이상의 교육생을 배출하며 영주선비문화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영 주체가 영주문화관광재단(이하 관광재단)으로 변경되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수련원은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주시 소수서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선비세상,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의 운영을 영주시 출자·출연기관인 영주문화관광재단에 관리 위탁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지난 5월 신규 직원 30여 명을 채용하고 운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선비문화수련원 국고보조금 활용 계획서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올 7월부터 관광재단에서 해당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작년부터 결정된 상황이라면 이전 업체를 이어서 바로 정상운영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했어야 마땅한 것 아니냐”며 “아직까지 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변명은 영주시는 물론 재단의 준비 부족과 행정적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관광재단에서 선비문화수련원을 관리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은 관련 조례를 위반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주문화관광재단 설립 및 지원 조례>(이하 관광재단지원조례) 제1조 목적에 따르면 지역문화예술의 발전, 시민문화복지 증진, 관광 진흥 사업 및 축제의 효율적 추진이라고 명시하고 있고, 제4조 사업에 따르면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사업, 지역문화 관련 정책개발, 지역문화 문인력 양성, 지역에술단체 지원, 지역문화 협력, 관광활성화사업, 축제의 종합계획수립 및 집행, 그밖에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위하여 영주시장이 위탁하는 사업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광재단지원 조례 어디를 보아도 관광재단은 선비문화수련원과 같은 교육·수련시설의 운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러한 지적은 영주시의원들 또한 간담회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영주시 관련부서인 소수서원 관리사무소에서는 “2차례의 영주시 관광전문가 간담회에서 협의된 사항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위탁에 대해서도 변호사 등의 자문을 통해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기존에는 엄정한 입찰을 통해서 선비세상은 ㈜유니모토에 선비촌 선비문화수련원은 주)선비애에 민간위탁을 했던 시설들을 갑자기 수의계약으로 변경해 운영능력이 검증도 안 된 관광재단에 관리위탁을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들은 "이왕 세 기관을 통합해서 운영을 맡길려면 영주시가 유니모토나 선비애보다는 더 전문적이거나 큰 규모의 SK재단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보지도 않고 편의적으로 재단에 맡겼다"며 "입찰제안서를 작성을 위해서는 몇 달을 고생해야 하고 심사과정에서 법인의 재무재표나 사업계획서 향후 자금조달 등 수백 쪽 짜리 계획서를 정밀하게 심사했는데, 관광재단은 그동안 축제 운영에도 많은 문제가 있고 시설 등의 위탁운영 경험이 전무한데 아무런 준비도 없는 관광재단에 수천억 예산이 투여된 영주 선비문화의 핵심시설을 맡긴다는 것은 그냥 같이 망하자는 처사다. "며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또한 영주시 선비문화의 미래가 걸린 핵심 기반시설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중대한 사항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외부의 ‘영주시 관광전문가’라는 불상집단의 간담회에서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영주시 정책결정의 취약성이 얼마나 빈약한 구조를 갖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련시설에서 오래 근무했던 B씨는 “영주시 선비문화 핵심시설을 총망라하는 수천억의 영주시 공유자산의 위탁관리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객관적 검증절차 없이 내부적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관광재단에 몰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애당초 영주시가 시설관리공단의 설립을 통해 관련법규를 정비하고 면밀한 준비를 통해 영주시 주요시설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지자 졸속으로 관광재단에 몰빵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최악의 정책 결정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영주시의 성급한 행정의 결과 현재 다양한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한국선비문화교육의 전당으로 매년 문화관광부로부터 6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자리를 잡아가던 인성교육시설을 축제와 관광을 전담하던 관광재단이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과 관광,축제는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분야이다. 관광,축제전문가가 교육까지 담당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시민 M씨는 “영주문화관광재단은 축제를 전담하기 위해 시민의 혈세로 설립된 단체인데 영주시 축제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인삼축제는 풍기사람들에게 맡기고, 선비축제와 시원축제 등은 대행사에 맡기고 정작 재단에서는 말도 안되는 교육기관을 운영하려고 한다”며 “이럴 바에는 모든 축제를 시에서 직영하거나 시에서 직접 대행사에 맡기면 될 일이지, 굳이 재단을 통해서 대행사에 맡 길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영주시의 성급한 행정으로 선비세상은 일회적 이벤트 행사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관광재단에서는 영주시로부터 후반기 선비세상 운영비 27억을 이관받자마자 전광석화처럼 1억 2천만원의 거금을 투자해 선비세상 전통무예장을 물놀이시설로 바꾸는 엄청난 작업에 돌입해 선비세상은 또 다시 정체성을 잃고 관광재단의 실험대상으로 표류하게 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선비촌 저자거리를 지켜왔던 상인들 또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상인들은 계약이 6월말로 종료됐지만, 관광재단에서 재계약에 대한 논의가 아직 없어 본의 아닌 불법점거를 하게 되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언했다.
한편. 8월말 임기종료을 앞둔 김덕우 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연임에 대한 뜻이 없음을 표명하고 있는 터라 후임 대표이사는 비대해진 관광재단의 몸 짓을 바로잡고 무너진 재단의 신뢰와 전문성을 제고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게 됐다.
이런 가운데 관광재단은 지난 주말부터 8억 예산으로 여름 대표축제 시원축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역 막걸리 제조업체의 부스참여를 막아 빈축을 사고 있어 재단은 이래저래 시민들의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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