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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만의 기본소득 실험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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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만의 기본소득 실험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칼럼]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오프리서치(OpenResearch)가 지난 3년 동안 벌인 '보장 소득' 실험에 관한 분석인 '무조건적 현금 연구'의 일부가 공개되었다. 이 실험은 일찍부터 '샘 올트먼 실험'으로 알려졌다. 자동화와 AI의 진전 속에서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지는 한편 소수가 어마어마한 부를 쌓을 것이라고 보는 그가 기본소득을 지지하면서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를 통해 추진한 것이 이 실험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여기서 독립한 오픈리서치(OpenResearch)가 이 실험과 연구를 수행했다. (아래에 설명한 연구 분석과 인용은 모두 다음에서 가져온 것이다.(https://www.openresearchlab.org/studies/unconditional-cash-study/study)

샘 올트먼의 실험 계획이 나왔을 때는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과 함께 기본소득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고, 따라서 찬반 논쟁도 뜨거웠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제 막상 실험 결과가 나온 오늘날에는 이 기본소득 실험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본소득만이 아니라 사회 개혁적 의제 그리고 긴급한 생태적 전환의 의제도 주변으로 밀려나 있고 그 자리를 좌절감과 무력감이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의 보수적인 경제 신문의 어떤 논설위원이 연구 결과의 몇 대목을 따와 기본소득이 별 효과가 없으니 "기본소득 찬성론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번 연구 결과를 살펴보는 게" 어떠냐고 점잖게 충고한 것도 속삭이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이런 시절이라도 프랑스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의 말처럼 "썰물은 그 이전의 밀물이 가져왔던 것을 결코 모조리 가져가지는 않"기에 앞으로 나아갈 디딤돌과 걸림돌 모두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또한 숨 가쁜 시절에는 깊게 살펴보지 못했던 것을 차분하게 볼 수 있는 강제된 여유를 부여한다. 따라서 앞서 말한 논설위원의 충고대로 연구 결과를 살펴보는 게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기본소득을 의미 있고, 전환적인 정책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이번 실험과 연구 보고서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도대체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번 기본소득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들

사실 스핑크스 같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혹은 답을 하기 위한 조건들을 살피기 위해 먼저 실험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우선 이 실험은 2020년 11월부터 3년 동안 텍사스 주와 일리노이 주에서 이루어졌으며, 미국 연방 정부가 정한 빈곤선의 300퍼센트를 넘지 않는 소득이 있는 21-40세의 개인이 참가할 수 있었다. 수급자 집단인 1000명에게는 매달 1000달러의 현금을 지급했고, 통제 집단 2000명에게는 매달 50달러를 지급했다.

이 연구는 무조건적 현금 이전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다섯 가지 지표를 살펴보았다. 건강, 지출, 고용, 에이전시(agency, 역량), 이사(moving).

우선 건강을 보면, 전체적으로 신체 건강에 주목할 만한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 치과, 기타 치료 기관의 이용이 늘었고, 이는 수면이나 운동과 같이 건강 관련 행위 변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무조건적 현금 급여는 실험 첫 해 정신 건강 및 식품 영양 섭취(food security)에 크고 의미 있는 개선을 가져왔다. 하지만 두 번째 해와 세 번째 해에는 이런 효과가 서서히 사라졌다. 폭음이나 진통제 사용도 각각 20퍼센트와 53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을 살펴보면 수급자 전체적으로 매달 310달러의 지출이 늘었다. 늘어난 지출의 많은 부분은 필수재 구입에 썼는데, 식품 67달러, 임대료 52달러, 교통 50달러가 늘었다. 그리고 지출에서 흥미로운 것은 타인을 돕는 데 쓰는 돈이 매달 22달러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통제 집단과 비교할 때 26퍼센트가 많은 것이다. 지출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것은 수급자 중에서도 저소득층(빈곤선 100퍼센트 이하)의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과 수급자 개인과 가구의 처지에 따라 지출 부문이 달랐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언제나 논란이 되는 쟁점인 고용을 살펴보자. 기본소득과 고용 혹은 근로 의욕이라는 쟁점은 기본소득이 미칠 수 있는 효과를 각각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나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한쪽에서는 기본소득이 고용 유무와 상관없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업수당이나 실업급여와 달리 근로 유인을 꺾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기본소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주는 것' 다시 말해 대가 없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애써서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호통을 친다. 물론 각각의 주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여러 전제와 또 다른 쟁점은 무수히 많지만 일단 이 정도로 하고 이번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보자.

수급자들은 일하는 시간을 주당 평균 1.3시간 줄였고, 통제 집단보다 고용률이 2퍼센트 포인트 낮았다. 노동을 줄여서 확보한 시간을 어디에 썼는가는 지출과 마찬가지로 개인과 가족이 처한 상황이나 지향에 따라 다양했다. 노동 시간 및 고용률의 차이는 현금 이전을 제외할 때 두 집단 사이의 소득 차이로 반영되었다. 고용을 통해 버는 소득의 경우 수급자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약 1500달러 적었다. 하지만 현금 이전을 포함할 경우 개인 소득은 1만 달러, 가구 소득은 6100달러가 통제 집단에 비해 많았다.

기본소득이 개인의 역량 혹은 자율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보기 위해 에이전시(agency)라는 지표를 설정했다. 오늘날 사회과학에서 에이전시는 어떤 개인의 사고, 계획, 자신의 가치와 계획에 따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역량 혹은 자원을 가리킨다. 수급자들은 현금 급여로 인해 이전과 달리 재정 계획을 세우고, 교육을 더 받기로 하고, 자기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통제 집단과 비교할 때 각각 5, 14, 26퍼센트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현금은 전체 그림의 일부라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즉 수급자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현금이 미치는 영향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수급자들은 같은 지역 내에서 집을 옮기거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하는 등 주거에 돈을 쓴 것으로 보인다. 통제 집단과 비교할 때 수급자들은 11퍼센트 이상 지역을 옮길 수 있었다. 또한 임대료에 5퍼센트 이상을 더 쓸 수 있었다.

이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연구진이 추정하는 것들을 살펴보자. 먼저 고용률과 관련해서 출발선에서 수급자 집단과 통제 집단의 고용률은 각각 58퍼센트와 59퍼센트였고, 프로그램 종료 시점에는 72퍼센트와 74퍼센트였다. 그런데 주당 고용률을 분석한 결과 수급자 집단이 통제 집단보다 변동성이 훨씬 컸다. 따라서 두 집단의 평균 고용률을 가지고 간단하게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다음으로 수급자 집단이 평균적으로 주당 1.3시간 적게 일한 것과 관련해서 이는 고용률이 통제 집단보다 낮은 것과 함께 현금 이전을 제외할 때 평균 소득이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현금 이전을 포함하면 전체적인 소득이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생긴 재정적, 시간적 여유의 사용은 앞서 말한 것처럼 수급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했다. 또한 고용과 관련해서도 일자리를 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더 많은 여지를 주었고, 일자리를 구할 때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했다.

정신 건강이 1년차에 개선되었다가 그 이후 효과가 사라진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지원금 및 그 이후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본다. 현금 급여가 시작된 게 2020년 11월이며, 그 직후 미국 정부는 두 번째 대규모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수급자의 상당수가 지원 자격이 있었고, 이를 통해 받은 지원금이 정신 건강의 개선 및 식품 영양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여름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또 그해 9월까지 인플레이션율이 5.4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런 이유로 실험 첫 해 정신 건강의 개선이 있었지만 이후 그 효과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목소리들

한편 이 연구는 자발적으로 응한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질적 조사도 실시했다. 몇 명의 이야기를 그대로 인용해 보자.

"치아 교정기를 했습니다...사람들은 멋진 치아가 있는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합니다. 그것이 자신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데 말이죠."

"차에 들어가는 돈의 일부를 지불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임대료의 일부를 지불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 삶의 일부를 위해 지불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돈이 있고, 저축을 할 수 있어서 이번만은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당장 소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일자리를 가져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버티면서 딱 맞는 자리를 시도하고 찾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무엇보다 독립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 엄마, 전화 요금 내게 도와주어야 해'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힘이 생겼습니다...그건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사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내 소득과 남편 소득 사이에 그 돈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있는 곳을 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휴가를 받을 수 있나 혹은 비용을 얼마나 드나 하는 걱정 때문에 편안하게 이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사람들의 생각이 질적 연구 참여자를 온전히 대표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우선 기본소득은 시장 경제 상황에서 개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으며, 자기가 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자유나 독립성이라는 말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미 기본소득이 실질적 자유 혹은 공화주의적 자유를 증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때 자유는 소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를 다 포함한다. 2021년과 2022년에 부산에서 진행된 청년 기본소득 프로젝트를 보면 오픈리서치 실험과 공명하는 지점이 있다. 7개월 동안 매달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은 참가자들은 원래 하고 싶었지만 주로 생계 노동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아이 돌봄부터, 소설 쓰기, 전업 화가, 음악가, 격투기 선수 등등 다양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기본소득으로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노동 시간을 줄여 다른 일에 쓰건, 노동 시간을 그대로 가져가건, 또 어떤 경우에는 노동 시간을 늘리건 자신의 바람과 판단 하에 노동에 임했다(한인정 외, 2023; 서정희 외, 2024).

실험이 말할 수 없는 것들

다음으로 실험으로는 할 수 없지만 기본소득의 구상과 실시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이다. 우리는 기본소득이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해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몫을 모두에게 분배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때 공유부는 실정적으로 공유로 되어 있는 부분만 아니라 어떤 개인의 부도 자연적으로 주어졌거나 사회적으로 함께 형성한 공유부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국토보유세를 걷어서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국토배당의 발상은 토지 (혹은 대지)가 모두의 공동 소유이며, 따라서 당장 자기가 소유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일정 부분에 대해 몫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탄소세-탄소배당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지와 마찬가지로 대기도 모두의 것이다. 하지만 일부가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장 경제 하에서) 세금이나 부과금을 매기고 이를 재원으로 하여 모두에게 동등하게 나누어주는 게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정의롭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정의에 관한 문제이다.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관점에서 또 다른 정의의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빈곤과 불평등이다. 빈곤을 없애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정언명령이 된 지 오래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반대 흐름이다. 마틴 루터 킹 2세의 말처럼 빈곤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평률세건 누진세건 세금을 거두어 모두에게 동등하게 나누어주면 그만큼 불평등은 완화된다(이건민, 2018).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가장 효과적인 빈곤 제거와 불평등 완화 정책이다. 물론 연구진도 지적하듯이 기본소득은 전체 그림의 일부이다. 개인들을 둘러싼 공적, 사적 상황에 맞는 제도와 정책이 함께 가야 기본소득의 이런 효과가 충분히 발휘될 것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끝으로 체제 전환의 문제가 있다. 오늘날 체제 전환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라는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기후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요청과 관련해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이 도입된 사회는, 다른 부분은 지금과 다름없이 돌아가면서 기본소득이 일종의 외삽처럼 들어와 있는 사회일까? 아니면 공유부에 대한 인식과 실천, 빈곤의 제거와 불평등의 완하, 기본소득의 생태적 효과 등이 더해져서 지금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사회가 될까? 물론 오픈리서치 연구진이 말하는 것처럼 기본소득은 전체 그림의 일부이기 때문에 기본소득만으로 자유와 정의와 존엄이 실현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를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강자에게 건 도박'이라고 한다면, 기본소득은 '개인들의 자발성에 건 도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변하지 않고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이번 오픈리서치 실험이 말해주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현금이 주어졌을 때 자신의 처지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기본소득은 자유와 정의와 존엄과 마찬가지로 원칙(principle)이자 프로그램(program)이다.

추기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번 실험을 계기로 짐짓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는 칼럼이 나왔다. "기본소득과 AI"(아시아경제, 2024년 7월 29일자)라는 제목의 글은 이번 실험으로 "기본소득이 노동 공급을 줄인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라고 하면서도 AI의 발전 속에서 "인간에게 노동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AI의 진화와 함께 노동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속에서 "노동을 폄훼하고 혐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기본소득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또 다른 우려 혹은 예단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실험이 샘 올트먼에 의해 시작되었기 때문에 자동화 및 AI와 기본소득을 연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본소득의 원칙이나 목표는 기술 변화와 관계가 없다. 도리어 우리가 질문해야 하는 것은 지금의 기술 변화가 정의로운가, 사람들의 자유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등이다. 만약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단조롭고 힘들고 위험한 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면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따라서 이 칼럼의 저자가 던진 질문은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 "인간은 어떤 노동을 수행해야 하고, 할 수 있는가?", "노동 시간이 줄어든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실 이에 대한 대답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노동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따라서 필연의 영역에 속하지만, 인간은 자유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했고, 개인들의 자유를 증진하려고 했다. 오늘날 형식적으로 모두가 자유로운 사회에서도 이 원칙과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은 이 원칙과 약속을 지키려는 작지만 의미 있는 디딤돌이다.

참고문헌

서정희, 이지수, 조광자 (2024). "기본소득은 노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사회보장연구, 40(1), 75-117.

이건민 (2018). "기본소득의 재분배 효과." 2018년 기본소득연합학술대회 발표문.

한인정, 이지수, 서정희 (2023). "청년의 꿈-자본 구성과 확장의 서사." 한국사회정책, 30(4), 10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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