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이 변했어요…"점주 수수료 40%대 인상" 쥐어짜는 모회사, 왜(24.07.12 머니투데이)
배민, 7천억 이익 중 4천억 독일 모회사에 배당…'수수료의 민족' 오명 벗으려면 [기자24시](24.07.17 매일경제)
이견이 별로 없다. 거의 모든 언론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수수료 인상을 비판적으로 보도한다. '수수료의 민족'으로도 모자라 '배신의 민족', '빨대의 민족'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머니투데이>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 세계의 유력 배달 플랫폼 기업이 적자를 냈지만 배민만은 예외였다면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70% 이상의 점유율, 그만큼 불어난 점주 수수료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매일경제>는 기업이 수익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모두 '악'은 아니지만 "가게를 차리고 상품을 만들어 파는 상인보다 이를 중개하는 업체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정상이냐"는 소상공인들의 격노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언론은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DH에 4127억 원을 배당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이번 수수료 인상도 DH의 요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체 DH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어디에서 돈을 벌고 있을까? 그동안 DH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들을 2년 단위로 확인하며 단서를 찾아봤다.
2019년
2019년 DH의 GMV(Gross Merchandise Volume: 소비자가 주문한 금액의 총합. 중개 역할을 하는 플랫폼 기업이 2만 원의 음식 주문을 받아서 2000원의 수수료를 수취한 경우, 회계상 매출로 인식되는 금액은 2000원이다. 그래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총 거래액을 나타내는 GMV를 중요한 성과 지표로 사용한다)는 74억3500만 유로, 총매출(adjusted Revenue)은 14억5600만 유로. 지금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규모였다. <그림 1>에서 보듯이 2019년 DH의 매출을 지역별로 보면 MENA(중동‧북아프리카)의 비중이 절반 정도로 가장 컸고 아시아가 두 번째였다. 여기서 MENA 지역의 매출은 대부분 사우디의 헝거스테이션(Hungerstation)에서 나왔다.
2019년은 DH가 배민을 인수하기 전으로, 한국 자회사 DHK를 통해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때도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아시아였다. DH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아시아 지역에서 주문이 173% 증가했다. MENA에서는 57%, 아메리카에서는 53%, 유럽에서는 42% 증가를 기록했다.
2021년
2021년 DH의 총 GMV는 325억1890만 유로. 아시아 지역의 GMV가 210억6450만 유로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그림 2>는 2021년 DH의 부문별 매출을 나타낸다. <그림 1>과 비교해보면 2년 사이에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MENA 지역의 매출을 넘어섰음을 알 수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의 비중은 여전히 작고, 수직통합(D마트라는 이름의 창고형 퀵커머스 사업) 부문의 매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 2021년 보고서에는 아시아 지역의 실적을 한 해 전인 2020년과 비교한 표가 수록되어 있다.(<그림 3>) 1년 사이에 아시아 지역의 매출은 142.2%, 주문 수는 169.3% 증가했다. 보고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2021년 3월부터 ㈜우아한형제들이 아시아 부문의 회계에 편입된 것"을 들고 있다. 요기요 지분 매각에 따라 DHK의 실적은 회계에서 제외되었지만, 배민 앱에 가입한 음식점이 많아지고 소비자의 주문 건수와 건당 주문액이 증가한 결과 아시아 지역의 연간 GMV는 52억 유로에서 210억 유로로 수직 성장했다. 이때 DH 경영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배민의 돈벌이 가능성을 확인하고 새삼 놀랐을지도 모른다.
2023년
2023년에는 DH의 아시아 매출이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그림 4>를 보면 DH가 여전히 아시아와 MENA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임이 확인된다.
<그림 5>에서 2023년 GMV의 지역별 비중을 보면 아시아가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서 아시아가 어느 나라를 의미하는지 고민해야 할까? <그림 6>을 보면 그 의문이 해결된다.
<그림 6>은 DH의 2023년 보고서에 수록된 표로서, 3개 국가(한국, 사우디, UAE)의 매출을 각각 표기하고 나머지는 '기타 국가(Other countries)'로 통칭해서 매출을 보여준다. 이 표에 따르면 한국의 매출은 독보적이다. 총매출이 99억4190만 유로,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은 24억1030만 유로. 2023년 DH 총매출의 4분의 1 정도를 한국, 즉 배민에서 담당했다는 뜻이다. 한국은 단일 국가 중에 DH의 가장 큰 시장이다. 60%가 넘는 시장 점유율, 음식점주들에게 받는 높은 수수료, 소비자와 음식점주 양측에서 배달비를 받지만 라이더에게 다 주지 않고 챙기는 돈. 그렇게 만들어진 이익이 그대로 DH의 실적이 된다.
<그림 7>과 <그림 8>은 소비자 통계분석기관인 스태티스타에서 가져왔다. 중요한 포인트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2021년을 기점으로 DH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 DH의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는 2021년을 기점으로 개선되기 시작해서 2023년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동안 투자를 늘리며 적자를 감수하던 DH가 이제 영업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 수익이 나오는 곳은? 한국이다.
DH가 한국 시장에서 현금 회수를 시작했다는 증거가 바로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당으로 받아간 4127억 원이다. <머니투데이>는 "앞으로도 지난해 못지않은 배당이 유력하고, 배민으로선 점주 수수료의 인상 외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내다봤다.
음식배달 산업의 특징
세계적으로 음식배달 산업의 특징은 인수합병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동남아 어느 나라의 배달앱이 돈이 될 것 같으면 유럽의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서 인수한다. 사업을 해보고 돈이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빠르게 매각하고 빠져나온다. 7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DH는 세계 각지에서 배달 스타트업을 샀다 팔았다 하는 대표적인 '큰손'이다. 2021년 ㈜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2022년 말에는 글로보(Glovo) 인수를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푸드판다 타이완을 우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에 소비자를 묶어놓고(lock in)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쏟아 부어 대폭 할인을 제공한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현금을 연소시킨다(burning)고 표현한다. 기업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는 이 시기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이때 기업들의 목표는 해당 시장에서 1위 또는 2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시장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잠재적인 이익에 비해 너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자본은 그 시장을 빠져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결국 현금 연소시키기 경쟁에서 현지 배달앱들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배달 산업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할 때,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시간 문제였고 정해진 수순이었다. 시장을 독점한 뒤 그동안 연소시킨 현금을 능가하는 영업이익을 빨아들이려고 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의 본질적 특성이다.
근본적인 의문
그러나 플랫폼 기업이 어느 시장에서나 쉽게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21년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선진적인 법률을 제정한 나라인 스페인에서 벌어진 일은 달랐다. 딜리버루(Deliveroo)는 스페인에서 아예 철수했고, 글로보는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두 차례 벌금을 부과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노동자의 법적 지위였다. 실질은 노동자(worker)인 라이더를 개인사업자 지위로 고용해서 일을 시킬 경우 스페인의 라이더법에 위배된다. 그래서 글로보의 최대주주인 DH가 난감해하고 있다. DH의 2023년 보고서는 "라이더의 법적 지위"가 배달산업의 "전략적 위험(리스크)"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질문 하나. 배달 플랫폼은 진짜로 혁신적인 모델인가? 노동법을 회피하지 않고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가? 만약 민트색 옷을 입은 수많은 라이더들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의 직원이라서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을 보장받았다면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비는 얼마였을까? 지금까지 한국 소비자들은 낮은 배달비에 환호했고, 배달비가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저항을 느꼈다. 그러나 배달비는 누군가가 노동을 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후려쳐서는 안 되는 돈이다. 그동안 소비자가 누린 편익은 플랫폼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와 노동자의 희생, 자영업자의 초인적인 부지런함 덕택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편익은 계속될 수 없다.
점점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배달앱은 노동법을 회피하지 않고, 시장을 독점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착취하지 않고도 수익화가 가능한가? 답은 배민을 비롯한 배달앱들이 내놓아야 한다. 독점과 착취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그런 기업은 사회적으로 존재 가치가 없다.
또 하나. 배달앱이 통신망과 유사하게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고 볼 여지는 없을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인 리나 칸의 유명한 논문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은 플랫폼 기업에 반독점 규제를 적용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수수료 상한 설정 등 "정부가 공공의 목표를 위해 사기업의 활동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알려준다. 이제 우리도 배달앱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활동을 제대로 규제해야 한다. 당장 수수료 문제 외에도 앱의 일방적인 약관 변경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배달앱의 공공재적 성격은 음식점주들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머니투데이>에 소개된 인천의 어느 프랜차이즈 음식점주는 "배달앱은 국내에서 3000만 명이 쓰는 사실상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인데도 배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전무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매일경제> 역시 앞의 기사에서 "플랫폼 기업은 크든 작은 공적인 기능을 갖는다"면서 "수많은 영세 사업장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사업방식 자체가 사실은 그들과의 공생과 동반성장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신문이 기업의 공적인 기능을 말하다니. 조금 놀랍지만 동의한다.
'자율규제'로는 안 된다
[기자수첩]배달플랫폼 규제, 공정위가 나서야(24.07.03 아시아경제)
[사설]배민은 수수료 갑질하는데 배달비 지원한다는 정부(24.07.12 국민일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자율규제'를 내세웠다. 사실 '자율'과 '규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2022년 8월 공정위 주도로 '배달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자율기구가 제시한 상생 방안에는 자영업자들이 요구했던 수수료 협상권이 빠져 있었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자율기구에서는 지난 1년간 플랫폼 기업들에게 비공식 경고조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자가 점검 방식으로 자율규제 이행 평가를 2회 진행했을 뿐이라고 한다. 자가 점검이란 플랫폼 기업들에게 체크리스트를 주고 스스로 점검하게 하는 것이다. 강제성이란 없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은 최소한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저기서 항의가 터져 나오는 지금도 정부의 대책은 소극적이다. 정부는 배달 수수료 인하를 위해 상생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배민은 협의체가 가동되기 전에 기습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했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는 음식점주가 배달앱에 내는 배달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수수료 인상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돈으로 배달비를 내준다니! 그거야말로 DH 같은 플랫폼 기업이 원하는 일이다. <국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배달앱의 수수료 갑질을 막지도 못하면서 혈세로 배달비를 지원하는 건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앱 수수료 문제는 느슨하게 대응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공법을 써야 한다. 배달 플랫폼의 공공재적 성격에 주목해서 사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배달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나아가 공공 배달앱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렇게 여론이 들끓는데도 강력한 규제를 못한다면 정부가 무능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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