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중인 러시아와 협상을 시사하고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홀로서기'를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2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5일 11월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평화회담에 러시아가 대표단을 보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이례적으로 차분한 어조를 취했다"며 "2년 전 러시아가 전면적인 침공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젤렌스키는 (그동안) 어떠한 (러시아와) 회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한 후에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평화회담에 러시아가 초대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대해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력히 반대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 토론 이후 후보 사퇴 압박에 직면하고 있고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기 피습을 당하면서 당선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는 설명이다.
허브스트 전 대사는 19일 열린 애스펀 안보 포럼 계기 CNN과 인터뷰에서 젤렌스키가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측에 연락을 취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19일 전화통화를 가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과 매우 좋은 통화를 가졌다. 그는 성공적인 공화당 전당대회와 후보 선출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락해줘서 감사하다. 저는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무고한 가족들을 황폐화시킨 전쟁을 끝내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양측이 모여 폭력을 끝내고 번영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SNS 서비스인 'X'(예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지명을 축하했으며,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총격에 대해 비난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초당적이고 양원적인 지지에 주목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정하고 진정한 평화를 지속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27일 CNN 주관으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현재 점령중인 4개 지역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의 양도를 포함한 러시아 측 협상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를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대비하는 움직임은 미국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길로 가고 있다면서, 미국이 다른 대통령 하에서 지원을 철회하더라도 다른 20개 국가들이 군사 및 재정적 지원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약속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모든 행정부는 물론 자체적인 정책을 세울 기회가 있다"면서도 지난 9~11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나토 파트너 국가들이 서명한 안보 협정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토 확대 시도에 대항하기 위해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강력하게 지지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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