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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속 '한우회식' 취재 1주일…전북 정치인·언론·언론단체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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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물난리 속 '한우회식' 취재 1주일…전북 정치인·언론·언론단체의 민낯

[기자의눈] 정치인과 언론인은 그때 무엇을 해야 했을까?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도의원, 전북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사 소속 도의회 출입기자들이 지난 10일 간담회 형식을 빌어 한우식당에서 술을 겸한 저녁식사를 하고 도의회 법인카드로 결재한 일이 알려지면서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먼저 이 희한한 '한우회식' 사건(?)을 외부에 알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이 자리에 초대받아 간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고창)이다. 그는 10일 밤 10시 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과 자신의 지역구 도의원 4명, 도의회 출입기자 여러 명이 함께 한 '엄지척'인증사진을 올렸다.

그 인증사진에는 참석자 모두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겨든 모습이었다.

요즘은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근황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SNS를 많이 활용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은 특히 SNS를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널리 알리는 소통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많은 기자들이 정치인들의 SNS를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많은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이를 알고 있었을 윤준병 의원은 엄지척 사진을 올리면서 '정읍고창 도의원과 전북기자단과의 만남'이라고 적었다.

ⓒ윤준병 의원SNS

<프레시안> 전북본부 취재진은 윤 의원이 자신의 SNS에 그 인증사진을 올린 비슷한 시각에 우연히 해당 사진을 확인하게 됐다. 윤 의원은 11일 새벽 3시경 이 사진을 삭제했다.

지난 10일 당일은 전북도내 곳곳에 수 십년 만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날 저녁이다.

이 때문에 다른 출입처 기자단에서는 당일 오전에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을 다음 날로 미루기도 했으며 다른 정치 일정 등도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수해를 염두에 두고 미루는 상황이었다.

<프레시안>은 윤준병 의원의 SNS에서 해당 사진을 확인한 후 긴급 회의를 거쳐 기사화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지역에서 큰 수해가 발생한 당일에 술을 겸한 회식 자리를 가지면서 환하게 웃으며 엄지척 인증샷을 찍고 그 사진을 다름아닌 국회의원 SNS에 올린 사실부터 기사화 하기로 결정하고 당일 밤 11시경 기사를 송고했다.

후속 취재는 날이 밝은 후 그들이 회식을 가진 식당과 도의회, 도의원을 확인 취재해서 후속 보도를 이어 가기로 했다.

▲속칭 언론감시단체 관계자 SNS(프레시안의 항의 후 이 글은 삭제됐다)

다음 날 오전 후속 취재를 하고 있던 <프레시안>전북본부를 향한 엉뚱한 화살이 날라왔다.

전북에서 언론을 감시한다는 단체 관계자가 자신의 SNS에 사진1-2 를 올리며 "프레시안 기사 지적에 동의하지만 맞은 편에 앉은 사람들이 전북도의회 기자단이라는 것도 기사로 써야 했다"며 "기사에서 언론만 제외하고 문제 지적하니 시민들이 '언론 카르텔' 운운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참으로 뼈 아픈 지적이었지만 이 관계자의 지적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언론의 취재 과정에 전혀 문외한'인 얘기며 아둔한 얘기다.

윤준병 의원 SNS에 올려진 사진에는 동석한 언론인들의 사진이 그래픽 처리가 되지 않은 원 상태 그대로 였지만 <프레시안>이 보도한 사진은 언론인들의 사진은 모자이크로 그래픽 처리를 해서 보도했다.

이유는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비롯해서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았었다. 또 폭우로 큰 피해를 당한 시기에 국회의원과 도의원, 언론인들이 술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는 심각성을 '1보'에 다 담을 수는 없었다.

당연히 <프레시안>의 관련 보도는 그 후 10차례 더 이어 졌다.

시간이 흐를 수록 당일 자리가 매우 부적절한 자리였음이 드러났고 그 자리를 주선한 도의원들이 도의회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현금 결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11일 확인한 결과 참석자들은 이날 한우고기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고 후식까지 포함한 총 결제금액은 86만1000원으로 파악됐다.

모임에 끝까지 남은 12명이 참석했다고 가정할 경우 1인당 식사값은 7만원을 초과하고 최대 17명이라고 해도 5만원을 넘어 1인당 3만 원으로 제한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이 함께 한 식사비용은 86만1000원으로 <프레시안>의 확인 결과 45만 원은 식사 전에 '선(先)결제'가 이뤄졌으며 나머지 41만1000원은 전북도의회의 A위원장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술을 곁들인 식사 값으로 45만 원의 '선결제'와 추가로 41만1000원의 '후결제'가 이뤄진 배경에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 때문으로 풀이됐다.

선결재를 누가 했는지에 대해서는 초기에 확인이 어려웠으나 첫 보도 이후 며칠이 지나서 함께 동석했던 도의회 B위원장이 자신에게 배부된 도의회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훈령에 따르면 '건당 50만 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첫 보도 후 "법인카드 쪼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행안부 훈령을 모를 리 없는 도의원들이(도의회 사무처가 이렇게 하도록 자문했을 가능성도 매우 큼) 각각 소지하고 있던 법인카드를 식사 전에 '한도 이내의 금액'을 선결제했으며 나머지 추가 금액은 후에 따로 결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도의회 관계자는 이를 확인하려는 <프레시안>기자에게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한 간부는 "카드사에 가서 물어봐라"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등 숨기기에만 급급했었다.

<프레시안>전북본부가 이를 닷새에 걸쳐 11차례 보도하는 과정에 <전북의 소리>와 <뉴데일리>에서 프레시안을 보도를 받아 비판 기사를 냈을 뿐, 전북의 모든 언론매체는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언론을 감시한다는 단체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닷새 후인 지난 15일 KBS전주방송 시사프로그램 '패트롤전북'(진행 함윤호)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생방송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술자리 회식 문제를 다뤘다.

방송에서 "기록적인 폭우 피해가 발생한 지난 10일 오후 전북도내 국회의원과 도의원, 언론인들이 술을 겸한 회식자리를 한 것은 국민의 세금을 받아 의정활동하는 정치인들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정치인들의 민생 체감도가 떨어진 비상식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역시 15일 논평을 내고 "지난 10일 국회의원과 전북도의회 도의원, 기자들과 술자리 회식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의 공개 사과와 기자단의 각성을 촉구했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는 이날 "물난리에 술판이라니 개탄스런 지역 정치권"이라는 논평을 내고 "윤준병 국회의원과 정읍, 고창지역 임승식 김성수 도의원을 비롯한 4명의 도의원과 도의회 출입기자단의 회식이 논란이 되어 비판이 거세다"고 지적했다.

전북시민연대는 "이날은 7월 10일 저녁으로 전날 전국적으로 호우가 몰아쳐 큰 피해를 겪은 시점이기에 참으로 부적절한 것은 물론 완주군 운주면의 일부 지역이 하천의 범람으로 새벽에 고립됐다가 겨우 구조되고 마을이 침수된 것을 비롯해 완주, 익산, 군산지역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 엄청난 피해를 당한 직후"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윤 의원의 지역구인 "정읍. 고창은 큰 피해가 없다는 것으로 면죄부가 될 일이 아니"라면서 "국회의원과 도의원, 기자들이라면 신중한 처신이 있어 마땅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자치시민연대가 성명을 낸 후 <새전북신문>에서 이를 받아 기사화했다.

언론감시단체라고 하는 단체는 17일에서야 겨우 '성명서'를 냈으며 <프레시안>의 상세 보도가 이어지는 중간에 다시 연락은 없었다.

그 단체가 <프레시안>을 향해 '언론카르텔'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그 자리에 참석한 기자의 소속사와 닷새간 이 사건에 입을 다문 언론사간 카르텔이지 이를 보도한 <프레시안>이 그들과 카르텔을 맺고 있는 게 아니다.

또 <프레시안>전북본부는 전북기자협회에도 가입이 안 돼 있으며, 도의회 출입기자단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한참 후에 '면피성' 성명서나 발표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언론의 심판관'이나 '해결사'인 것 처럼 착각하고 있는 언론단체는 성급했던 비난의 화살을 거두고 진심어린 사과를 먼저 보냈어야 옳지 않았을까.

'한우회식'사건의 전말을 보도하면서 지역사회의 정치인들과 언론, 언론단체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짧은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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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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