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 경쟁이 점차 가열되는 가운데, 때아닌 '대통령 영부인 문자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 논란이 유력 주자인 한동훈 후보에 대한 공세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5일 당사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영부인의 (명품백 사건) 사과 의사를 묵살함으로써 결국 불리한 선거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그 결정적 시기를 놓쳤다"며 "선거 망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 후보를 비난했다.
이는 한 후보가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로부터 '명품백 사건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으니 당에서 판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고 묵살했다는 언론 보도를 겨냥한 것이다. (☞관련 기사 : '김건희 전대 개입설'까지…이번엔 한동훈-金 '문자 읽씹' 논란)
원 후보는 "이 사건의 본질은 문자('읽씹' 논란)가 아니다. 영부인의 '의혹 사건에 대한 직접 사과 또는 그 이상의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당내 여러 전략적 검토와 대통령실(과의) 심의를 거쳐 잘 추진해야 될 비대위원장이 (그) 책임을 독단적으로 뭉갰다는 점"이라며 "영부인이 당·국가를 위해서 사과 이상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국민이 바라고 있다"고 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대통령)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 데 대해 "궤변"이라며 "한 위원장은 검사장 시절 검찰총장 부인이었던 현재 영부인에게 공개된 것만 332건, 그 외에도 수없이 문자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도 같은 행사에 참석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가 너무 격해지는 것 같다.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격해지고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문자메시지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 후보가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나 후보는 "(명품백 사건은) 그 당시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였고 이 부분 대응을 제대로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숙제였다"면서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 어떤 의논도 없이 혼자서 판단하고 더 이상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한 후보의 상당한 정치적 판단력 미숙을 말한다.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다만 똑같은 비중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권에서 이런 얘기가 직간접적으로 떠돌고는 있었지만, 이것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어떤 의도가 있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전대가 우리 스스로를 '디스'하고 자해하는 전대가 안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원 후보와 친윤 핵심그룹을 향해서도 비판적 인식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원·나 후보가 기자들과 만나기 직전 참석했던 당 행사는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으로, 당 지도부와 한 후보 등 출마자들 전원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황우여 당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아름다운 경선"을 주문하며 "몸에 난 상처는 며칠 지나면 없어지지만 마음의 상처, 말로 받은 상처는 오래 간다. 역지사지해서, 여러 생각을 해서 말씀을 해달라"고 후보들 간 비방 자제를 당부했다. 서병수 선관위원장도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는 양상"이라며 "주위로부터 많은 걱정의 소리를 듣고 있고, 당 윤리위도 걱정을 굉정히 많이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후보들도 이 자리에서는 "전대를 통해 '쪼개질 결심' 말고 '하나될 결심'을 하자. 전대가 너무 치열하고 티격태격해 많은 분이 걱정"(나경원), "경쟁해도 경쟁의 결과로는 원팀이 되자"(원희룡), "치열한 경쟁의 끝은 반드시 화합의 장이 돼야"(윤상현), "네거티브·비방을 하지 않겠다. 싸우는 힘은 나중에 거야 폭주 저지할 때를 위해 아껴두겠다"(한동훈) 등의 메시지를 냈다. 후보들은 '공정 경선 서약'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 영부인 문자메시지' 논란으로 후보들 간 비난전이 펼쳐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행사가 끝난 직후였다.
한편 한 후보는 이날 행사 뒤에는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지 않았다. 한 후보는 이날 아침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정무적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동시에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가 문자를 보냈고, 자신이 답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의 골자는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한 후보 측 신지호 상황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자가 온 시점은 1월 19일"이라며 "19일에 (김 전 대표로부터 한 후보에게) 문자가 왔고, 20일에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사과하면 안 된다'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21일 한 (당시)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오찬회동을 했는데 그날이 '한 비대위원장 지지룰 철회한다. 그 자리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대통령 의중이 전달됐다고 해서 시끌벅적했던 날이다. 또 21일에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 이용 의원이 '여기서 사과한다고 지지율이 오르지도 않는다. 사과하면 저 사람들은 더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다'라고 사과 불가론을 얘기한다"고 당시 상황을 짚었다.
신 실장은 그러면서 "그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보면, 이른바 재구성됐다는 메시지 (즉)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전달했는데 (한동훈이) 뿌리쳤다'는 것이 얼만큼 사실에 부합하는가", "당시에 사과할 용의가 있었는가 없었는가를 갖고 얘기가 되고 있다"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전 대표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 실장은 특히 "명품백 사과 여부는 사실 여당 지도부와 상의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인다"며 "사과할지 어떨지는 순전히 당사자들께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2월초 KBS 신년대담을 했을 때도 (윤 대통령이) 명확한 사과는 안 하셨고, 총선 끝나고 취임 2주년 회견 때 공식 사과를 한 것 아니냐"고 1월 하순 당시 용산의 기류는 '사과하지 않는다'는 쪽에 가까웠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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