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손웅정 감독 측은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해자 아동 부모의 제안에 "선을 넘는 합의금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하고, 합의금 협상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현재 온라인공간에서는 그 부모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선을 넘는 합의금 제안'엔 단호하게 거부하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정작 자신의 아카데미에선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어쩜 그렇게 야비하고 지속적인, 그리고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했을까? 남이 선을 넘는 것은 잘 보이지만 자신이 저지르는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인가.
그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맹세코 사랑해서 때렸다'는 것인가? 참으로 가학적(sadistic)인 표현이다. 실제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손축구아카데미는 '가학 아카데미'라 해도 무방하다.
그는 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찾을 필요 없다. 손 감독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유럽이나 미국 같으면 당장 스포츠에서 퇴출될 뿐 아니라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정신적, 언어적, 신체적 폭력의 백화점
이번에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손 감독과 그 아들 손흥윤 수석코치, 그리고 또 다른 코치 등 세 명이다. 이들이 함께, 조직적으로 저지른 폭력의 행태는 (스포츠계 폭력에 꽤나 익숙한) 내 눈을 의심케 한다. 대부분의 언어폭력은 손 감독이 행했고, 신체적 폭력은 코치들이 저질렀다고 한다. '폭력의 역할 분담'이다.
언론에 공개된 피해 아동 진술에 따르면 손 감독은 평소 "씨X, 개XX. 죽여 버린다, 진짜 꺼지라고" 등의 욕설을 했다고 한다. 또 피해 아동의 목을 잡고 "잘 살피라고 X새끼야," "너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짐 싸서 너 집에 보낼거야. X새끼야"라고 했고 다른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X새끼 완전 또라이네"라며 아이들 마음에 비수를 꽂는 행위를 수시로 한 듯하다.
다른 학부모들의 증언도 있다. 한 방송에 따르면 열 살 갓 넘은 아이들에게 "돌대가리 XX, 너는 아직도 안 나갔냐, 야 이 개XX야 너 왜 이따위로 해" 등의 폭언을 하고, 부모가 있는 자리에서도 "야 이 개XX야 넌 집에서 에미 애비가 이따위로 가르쳐" 등의 언어폭력을 수시로 일삼았다고 한다.
코치들도 가관이다. 한 코치는 피해 아동에게 "야 이 XX새끼야. 야 이 X같은 새끼야," "야 죽여버린다" 등의 폭언도 모자라 엉덩이를 걷어차고 머리를 치고 아이의 구렛나루를 잡아당기는 가학행위를 했다. 손 코치는 경기에서 졌다고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20초 안에 뛰게 해놓고 이에 못 미치자 4명을 코너킥 봉으로 폭행했다. 피해 아동은 피멍이 들었고 같이 맞은 다른 아이는 한동안 걷지 못했다. 그런데 손 코치는 피멍 든 아이에게 "잘못 때렸다"고 했단다. 웃으면서. 가학의 일상화인가. 정말 가학적인 아카데미다.
손 감독은 입장문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는데, 정작 고소인 측은 합의금을 논하며 손웅정 아카데미가 사과는 하지 않고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 제보 금지, 축구 협회에 징계 요청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이 정도의 복잡하고 치밀한 조건을 내건 것을 보면 손 감독이 별로 반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떤 지도자가 아이들을 때리는가: 그 첫째 조건은?
그렇다면 어떤 감독, 코치가 폭력 지도자가 되는가. 누가 결국 욕설을 하고, 선수들을 때리는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X,' 'XX,' 'XXX'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먼저 나오는 대답은 "어릴 때부터 맞으면서 운동한 사람들"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린 시절 엄청나게 맞으며 운동했어도 지도자가 돼서는 폭력을 멀리하는 훌륭한 지도자들 많다. 그렇다면 폭력이 그토록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누구인가.
간단하다. 실력이 없는 지도자다. 처음엔 말로 가르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욕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래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기합을 주기 시작한다. 학교는 물론 학부모에게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한다.
교수 시절 강의에서 토론을 통해 '실력 없는 지도자가 선수들을 때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 강의실 맨 뒤에서 고개 숙이고 팔짱 끼고 자는 줄 알았던 학생선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다 안다.
이번 논란에서 놀라웠던 또다른 하나는 적어도 온라인상에서 압도적 다수가 피해 아동 아버지를 비난하고 손 감독의 폭력행위를 옹호한 것이다. 축구라는 게 그러한 상황도 다 참아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처럼. 궤변이다. 맞아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거라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미국과 중국을 무찌르고 1위에 올라야 하고 월드컵에서는 지금쯤 3연패 정도는 했어야 한다. 손 감독의 폭력마저 옹호하는 이들에게 이르고 싶다.
정신 차리시라.
손 감독은 입장문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가 제 자식을 가르쳤던 방법 그대로 아이를 지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예고 드립니다"라고 미리 학부모들에게 알렸다면서 자신의 폭력 논란을 피해가려 한다. 간교하다. 자신과 코치진이 조직적, 집단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할 것이라고 미리 밝혔나? 신체적 폭력은 물론 정서적 학대와 이번에도 밝혀졌듯 조직적 가스라이팅에 동의할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22년 김포FC 유스팀 선수가 기숙사 건물에서 밤하늘의 별이 됐다. 그 아이는 카카오톡에 코치 2명, 선수 6명 등 총 10명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차별과 폭력에 자살, 살인 충동을 느꼈다"며 "죽어서도 저주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평소 부모에게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아이였지만 정작 유서엔 "단 한 번도 웃는 게 진심인 적이 없었다"며 부모의 가슴을 도려내는 마지막 고백을 남기고 떠났다.
손 감독은 "제 모습에 아이들이 처음에는 겁을 먹지만, 아이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의 진심을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라 이내 적응해 저를 따라온다"고 입장문에서 당당히 밝혔다. 손 감독에게 한 말씀 선사하고 싶다.
정신 차리시라.
지도자가 어린 선수들을 때리면서 가르치고 코치가 선수를 성폭행하며 메달 따는 스포츠라면 그런 스포츠는 이 사회에서 없어지는 게 마땅하다. 폭력의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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