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 지금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이는 2명 중 1명에 불과하다. 10명 중 4명의 노인이 빈곤선인 중위소득 50%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지만, 노인 일자리의 질도 낮아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
850만 명에 육박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인구 절반인 여성.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남성 정규직보다 짧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일반 직장인의 2배에 달하는 보험료율이, 여성에게는 육아와 '유리천장'이 장벽이다.
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에 살지도 모를 미래세대. 이들은 소득의 30%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 당장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방법이 없다.
누구든 국민연금 제도에서 소외된 이른바 '연금약자'가 될 수 있다. 기금 고갈과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이 중심인 공적연금 개혁 논의에서 연금약자를 위한 개혁은 언제나 변방의 이슈에 머물렀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개혁 논의도 소리만 요란할 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놓고 결론 못 낸 정치권
가장 최근의 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국회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 시민숙의단 조사 결과 발표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이 56%의 지지를 받아 42.6%의 지지를 받은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안보다 우세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를 이어받은 국회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개혁만이라도 이뤄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고 노후 소득보장을 부분적으로라도 강화했다면 좋았겠지만, 어떤 개혁도 이뤄지지 않았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보험료율 13% 인상에 동의하고도 소득대체율에서 1~2% 차 이견을 보이다 논의 결렬을 선언했다. 뒤늦게 44% 소득대체율로 합의가 이뤄지나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이 구체적인 내용 없이 구조개혁을 꺼내 들며 결국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기금 고갈만큼 중요하지만 국회에서 놓친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이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노후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제도 취지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는 51.2%에 불과했다. 현재 가입 대상인 18~59세 인구 중에도 73.9%만이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다. 이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이 국회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공론화위원회의 연금 사각지대에 대한 고민
희망은 있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 시민숙의단 결과 보고서를 보면, 시민사회에는 연금약자를 위한 연금개혁을 위한 동력이 있다.
'크레딧' 재원을 전액 국고로 전환하고 크레딧 발생 시점에 크레딧을 부여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에는 88%가 찬성했다. 크레딧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하는 제도인데, 이의 강화에 시민 대부분이 동의한 것이다.
시민숙의단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플랫폼·원청기업 등에 사용자 보험료를 부과하는 안에는 91.7%,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율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는 87.3%가 찬성했다.
또한 출산 크레딧 첫째 자녀 확대와 자녀 당 크레딧 부여 기간 연장은 크레딧 확대 방안 설문에서 82.6%의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에 옮겨지면 경력단절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민들은 노동시장 약자의 노후보장을 강화하는 데 매우 높은 비율로 찬성표를 던졌다. 숙의 과정을 사이에 두고 3번에 걸친 설문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약자 지원 방안에 대한 찬성률이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 역시 주목할 지점이다.
연금개혁에서 소외된 '연금약자' 논의해야
21대 국회의 협의 실패로 연금개혁 논의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프레시안>은 연금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해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납부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은 이들, 늦어지는 연금개혁의 부담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지만 논의에 참여할 방법조차 없는 미래세대 모두 연금약자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빈곤한 노인, 여성, 특수고용 노동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사회적 실태를 살폈다. 미취학 아이를 키우는 30대 부모를 통해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지원책에 대한 논의는 공론화위 논의의 일환인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에 나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기둥 삼았다. 연금약자들은 22대 국회의 응답을 기다린다. (⓶편에서 계속)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