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심연(深淵)을 딛고 음식점을 운영하며 매년 1000명의 어르신들에게 '갈비탕 봉사'를 해온 한 자영업자의 '봉사 인생'이 세간의 화제다.
주인공은 전북 익산시 영등동에서 '우리집숯불갈비'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기철 대표(64).
그는 24일 독거노인과 저소득 장애인 가구 등 지역의 취약계층 200가구에 갈비탕 200그릇을 기탁했다. 인터뷰를 요청한 이날 정오경에 어르신들에게 가봐야 한다며 서둘러 발길을 돌린 황 대표는 오후 4시경에 한숨을 돌리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창 꿈 많은 나이인 20대에 되레 절망의 밑바닥까지 갔다. 대전에서 자란 황 대표는 사업 실패로 가진 돈을 몽땅 잃고 스물아홉의 나이에 지금의 익산시로 주소지를 옮겼다.
타지의 삶 역시 녹록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어 포장마차와 하청일 등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땀 흘리며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손에 쥐는 것은 없었고 절망만 쌓여갔다.
개인택시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겠다고 작심한 그는 9년 8개월 동안 택시 운전에 몰두했다. 하지만 꿈을 이룰 수 있는 직전에 큰 사고를 당해 희망을 접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가?
좌절과 절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릴 때 대전 고향에서 작은 식당을 하며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오신 어머니가 불현듯 생각났다.
"그래, 나도 음식점을 해야겠다…."
1999년 서른아홉의 나이였다.
목돈이 없는 그는 빚을 내고 10개의 신용카드를 돌려쓰며 초기의 운영 자금난을 극복했다. 힘들 때마다 어머니와 아내, 두 딸을 생각하며 음식점을 잘 운영해 나갔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새벽부터 밤 늦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도 많이 도와주셨지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음식점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씩 실행해나갔다.
식당 개업 이듬해인 2000년부터 매월 2일 당시 음식점의 주 메뉴인 불고기백반 200~300인분씩 제공하는 봉사를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콩국수를 대접해 드렸다.
코로나19가 엄습한 2020년 이후에는 음식점에서 어르신 식사 대접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4년 전부터 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갈비탕을 전달하고 있다.
매년 갈비탕 봉사를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다는 그는 지난해 대략 취약계층에 제공한 갈비탕만 900그릇이었다고 눈짐작을 했다. 올 들어서도 최근까지 500그릇을 제공했고, 다음 달에는 100그릇의 봉사가 예정돼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청와대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10여년 전부터 매년 1회씩 대형 관광버스를 임차해 청와대 관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300만원씩 기부하기 시작한 횟수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에게 "왜 기부를 하느냐"고 묻자 "고통이 심할 때 이웃들이 도와주셨다"며 "그 도움을 되돌려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도 힘들 때 식사제공 봉사를 하셨거든요. 어머니와 가족을 생각하며 봉사를 합니다. 봉사는 제 자신을 즐겁게 만듭니다. 기쁘니까 봉사를 하는 것이죠."
20년 동안 전세로 음식점을 운영하다 최근에 매입하게 됐다는 황 대표는 "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라며 "별것 아닌데 너무 쑥스럽다"고 말했다.
장오식 영등1동장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오신 분"이라며 "나눔을 통한 훈훈한 이웃사랑이 꾸준히 이어지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계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등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주민자치회 위원을 맡고 있는 그의 꿈은 소박하다.
가족들의 건강과 매년 1000명 이상의 취약계층에 '갈비탕 봉사'를 하는 것이다. 황 대표의 웃음은 천만불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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