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됐던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가 설치 500일을 하루 앞두고 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 임기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으로 옮겨졌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 요구의 거점이었던 광장 분향소의 의미를 기리며, 이번 이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시민·정치인·종교인들과 함께 분향소 운영 종료식을 열었다. 유가족은 지난 달 국회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통과된 후 서울시와 협의 끝에 서울광장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를 이전키로 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으로 오랜 시간을 잘 버텨왔다. 때로 분노하고 때로 울고 웃으면서, 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 때마다 진상규명을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여기까지 버텨왔다"며 울먹였다.
이내 눈물을 삼킨 그는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끝은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는 이 분향소를 끝내면서 새로운 시작을 열고자 한다"고 한 뒤, 그간 함께 해준 시민과 종교인, 정치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큰 절을 올렸다. 이어 "2024년 6월 16일 서울시청 광장 분향소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로 가도록 공식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문호균 씨 어머니 이기자 씨는 "아이들의 영정을 눈물로 올리며 가슴을 때리는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고 슬픔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가졌던 이 자리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없이 울 수 있는 자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하며 웃을 수 있고 과거와 미래에 대해 듣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치유와 연대의 공간이었다"고 광장 분향소의 의미를 짚었다.
이 씨는 "분향소는 사라지고 새로운 기억공간으로 이전하지만 우리 유가족은 또다른 시작이라 여기겠다"며 "여기 계신 유가족과 지금까지 응원해 준 시민들, 4대 종단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진실 규명이 끝나는 날까지 옆에 계셔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장 등 야권 정치인들도 함께했다.
우 의장은 "제대로 진실을 밝힐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을 위해 국회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뒤 사회적 참사 전반에 대해 "특별법이 아닌 기본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유가족들이 참담한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생명안전기본법이 22대 국회에 반드시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행사 뒤 유가족들은 분향소에 설치됐던 희생자들의 영정을 내려 가슴에 들고 부림빌딩에 마련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까지 행진했다. 종료식 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영정을 내릴 때 터뜨리는 유가족도 있었다.
'별들의 집'에 도착한 뒤 광장 분향소에 설치됐던 영정은 하얀 천에 싸여 종이 상자에 보관됐다. 유가족들은 이후 미리 준비된 희생자들의 사진과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온 기록이 벽에 부착된 '별들의 집' 내부를 둘러보고 개소식에 참석했다. '별들의 집'은 오는 11월2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분향소를 미리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지난해 2월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설치된 후로 두 번째 공식 방문이다. 오 시장은 "다시 한번 깊은 위로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유족들은 오 시장을 맞아주면서도 "너무 늦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가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됐던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를 부림빌딩으로 옮기는 데 합의한 것은 지난 5일이었다.
앞서 시는 광장 앞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가 불법 시설물이라며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유가족이 응하지 않자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뒤 변상금 2900만 원을 부과해 받아내기도 했다. 갈등이 누그러지고 분향소 이전 논의가 진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4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시행 뒤였다.
유가족 측은 이날부터 오는 11월 2일까지 부림빌딩에 설치된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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