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군사적으로 사실상 러시아를 돕고 있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중국은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과도한 중국 견제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난처해하는 모양새다.
13일(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10년 안보협정을 체결한 뒤 기자회견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러시아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방송 CNN이 전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의 지도자와 확실하게 대화했다. 그는 어떤 무기도 러시아에 판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켜보자. 그가 정말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이라면 (무기 공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 지도자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시진핑 국가 주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에 대해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대화가 있을 수 있고, 또 중국이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다면 대안적인 '평화 포뮬러'(Peace formula)에 대한 것도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러시아와 무역을 이어가며 밀착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는 않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전쟁을 지지하지도 않고 있다.
또 시진핑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통화를 통해 전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출구라면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전쟁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중국을 계속 이 문제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그는 오는 15~16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평화회의에 시진핑 주석의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가 참가하는 균형적이고 동등하며 공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록 중국이 이번 평화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중재자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는 주장을 통해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실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고 확정할 경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편 중국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4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중국은 이중 목적 상품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은 공개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따라 이뤄진다"며 전쟁 물자로 활용될 수 있는 품목은 수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당사자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한 대화를 촉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은 분쟁 당사자에게 무기를 제공하지 않으며 이중 용도 물품의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이는 국제 사회에서 널리 박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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