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故) 이선균 씨와 같은 사례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연대(이하 단체)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말 이선균 배우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검·경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최초로 진행했다"며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20년간 검찰과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41명으로 파악되었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에 대해 "한 해 평균 12명, 한 달에 한 명꼴로 자살자가 발생하는 셈"이라며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자살 사건을 포함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단체는 또 진보 정권 시기와 보수 정권 시기로 나눠 비교 조사한 결과, "진보 정권 시기 110개월 88명(1개월당 0.8명), 보수 정권 시기 126개월 153명(1개월당 1.2명)으로 파악됐다"며 "이를 연간 평균으로 환산하면 진보 정권 시기에는 연평균 9.6명, 보수 정권 시기에는 연평균 14.6명꼴로 자살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단체는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의 숫자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자살한 사람 숫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2004년부터 2023년 사이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241명 중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은 163명,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은 76명으로, 각각 68%와 32%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이 2배 이상 많았다"고 전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살자가 가장 많았던 2011년(24명)의 경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은 21명,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은 3명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이 7배 많았"으며 2011년 사건접수 통계에 적용해 볼 때 "검찰의 경우 접수된 사건 11만 건 중 1건의 자살사건이, 경찰의 경우 390만 건 중 1건의 자살사건이 발생"해 "3%(검찰) 대 97%(경찰)의 차이로 경찰이 다뤘던 형사사건의 비중이 검찰이 다뤘던 형사사건 비중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살한 사람 비중은 검찰이 다뤘던 사건에서 약 3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은 이 씨의 경찰 수사 내용을 언론에 처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검찰 수사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인천지검 수사관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지난달 30일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이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평소 친분이 있던 경기지역 한 언론사 기자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신문은 지난해 10월 19일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제목으로 이 씨의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이 씨는 해당 신문의 단독 보도 닷새 전인 10월 14일 경찰에 형사 입건됐으며 총 세 차례의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그해 12월 23일 19시간에 걸친 3차 소환 조사 나흘 뒤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내 차량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봉준호 영화감독,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택 영화감독, 김의성 배우, 장항준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은 이듬해 1월 12일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일명 '이선균 재발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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