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단체들이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명시한 언론중재법을 재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에 날개를 달아줄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을 포기하라"고 반발했다. 언론단체와 여당의 강한 반발로 21대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된 언론중재법은 22대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4개 언론현업단체는 3일 공동성명을 내고 "민주당 일각의 언론 징벌 배상 추진을 가장 반길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무차별 수사와 압수수색을 남발하며,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 기능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법정제재를 퍼부어 비판 언론 말살을 꾀하는 마당에 징벌 배상의 칼날까지 쥐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며 "윤 대통령 스스로 악의적이라 규정했던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포함해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 등 진보 보수를 막론한 대다수 비판 보도가 징벌 배상 제도를 활용한 봉쇄 소송에 짓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방통위가 추진 중인 내용 규제에도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언론탄압에 몰두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국회가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선물한다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양심적 언론인들에게는 비수가 될 것이며, 폭락한 언론자유 지수는 바닥을 뚫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지난달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 발표한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62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위권(3위→41위→42위→42위→43위)어 머물다가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60위권으로 수직 낙하했다. 한국은 언론자유 국가분류에서도 지난해까지 '양호함'이었으나 올해는 '문제 있음'으로 분류됐다.
정청래, 국제 언론단체 철회 요구에도 언론중재법 '재탕' 발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원은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해당 언론보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기존 3개월), 해당 언론보도가 있은 날부터 2년 이내에(기존 6개월) 제기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는 원 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 21대 국회 당시 개정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정 의원은 법안 '재탕' 지적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와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커지면서 언론독립,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특히 몇몇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 허위보도, 가짜뉴스는 피해자에게 물질적 손해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안이지만, 언론계는 물론 국내외 인권 관련 기구들은 언론 자유 침해를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조정이 신청됐다는 이유만으로 선제적으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 허가, 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게 되며 '시의성'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언론인협회(IPI·International Press Institute)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언론중재법 철회를 요구했다. 21대 국회 당시 한참 논란이 일던 지난 2021년 9월 17일 "모호한 규정과 개념적 불확실성 때문에 언론의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엿새 뒤인 23일에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언론탄압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한국에서 발의된, 이른바 허위보도에 대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가짜뉴스' 법을 철회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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