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들어온 질문에 답을 하다가 답답해서 긴 글로 쓰기로 하였다. 우리말에는 사이시옷이라는 개념이 있다. 즉, 명사와 명사가 합친 합성어에서는 ‘ㅅ’을 중간에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글과 한글, 한자어와 한글, 한자어와 한자어 등의 우리말의 형태가 워낙 다양한지라 이것을 한 번에 설명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특히 한자어에서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또한 앞말에 받침이 있는 있는 경우에는 발음은 된소리로 하고 사이시옷은 생략하기 때문에 설명이 어렵다. ‘등불’이라는 단어의 예를 들어 보자. 발음은 [등뿔]이라고 한다. 그렇게 발음하려면 ‘등+ㅅ+불’의 형태라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ㅅ’을 쓸 공간이 없다. 그러므로 사이시옷을 생략하고 발음만 된소리로 하는 것이다.
오늘은 질문도 자주 들어오고 답도 길어서 한 번에 사이시옷에 관한 설명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선 사이시옷의 표기 조건을 보기로 하자.
1. ‘명사 +명사’의 합성어이어야 함
2. 앞의 명사는 모음으로 끝나고 뒤의 명사는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아니어야 함
3. 앞·뒤 명사 중 하나는 순우리말이어야 함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예외 규정도 있다. 하나씩 예를 들면서 살펴보기로 하자. (과거에 ‘보랏빛 엽서’라는 제목으로 한 번 설명한 바가 있다.)
우선 위의 조건에 맞는 단어의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보랏빛, 기댓값, 근삿값, 북엇국, 김칫국, 시래깃국, 배냇머리, 건넛마을, 콧날, 빗물, 깻잎, 나뭇잎
등이다. 여기에는 우리말과 한자가 합성된 것도 있고, 우리말만으로 이루어진 단어도 있고, ‘ㄴ’혹은 ‘ㄴㄴ’이 첨가되어 사이시옷이 들어간 것도 있다.
이어서 우리가 자주 틀리는 사이시옷의 예를 살펴 보자.
윗어른 → 웃어른
('위'와 '아래'의 대립이 있을 경우에만 '윗'을 쓴다. 즉 '아랫어른'은 없다.)
웃어른을 윗어른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나 신분, 지위, 항렬 등이 자기보다 높아, 직접 또는 간접으로 모시는 어른을 이르는 말이다. 위와 아래의 대립이 있을 때는 ‘윗’이라고 쓴다. ‘아랫도리와 윗도리’, ‘윗니와 아랫니’ 등과 같이 표기하며, 그 외 위와 아래의 대립이 없을 경우 ‘웃돈, 웃국’ 등과 같이 써야 한다.
아이고, 벌써 정신없다는 독자도 있을 것이나 하는 김에 조금 더 해야겠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뒷말이 거센소리(격음 : ㅋ,ㅌ,ㅍ 등)나 된소리(경음 : ㄲ,ㄸ,ㅉ,ㅃ 등)로 된 경우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예를 들면 ‘위층’(이런 것은 위, 아래의 대립이 있으므로 '위층'이다. 그런데, 뒤에 연결된 첫소리가 ‘ㅊ’이므로 거센소리다. 이럴 경우에는 'ㅅ'을 쓰면 안 된다.)
다음으로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단어들이다. ‘머리말, 머리글, 편지글, 예사말, 인사말, 반대말, 농사일’ 등에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 또한 한자어에서도 표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초점(焦點)’, ‘이점(利點)’, ‘대가(代價)’ 등과 같이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찻간(車間), 숫자(數字), 횟수(回數), 툇간(退間 :(건축용어)원 래의 칸살 밖에다 딴 기둥을 세워 만든 조금 좁은 칸살)
위에 열거한 6개의 단어에는 사이시옷을 인정한다. 원칙이 세 가지나 있고 예외 규정도 있어서 참으로 어려운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기억하자. “우리말에서 두 단어가 합쳐진 것 중 뒷말이 된소리(경음)로 발음하는 경우에는 사이시옷이 들어간다.”, “한자어는 뒷말이 된소리로 발음하더라도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예외 여섯 단어만 암기)
너무 길어서 포기한 독자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바르게 표현하는 것이 문화시민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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