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고(故) 이영승 교사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교육활동 침해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들과 직무유기 의혹을 받아 온 학교 관계자들이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정을 받았다.
의정부경찰서와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은 22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학부모 3명을 비롯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전·현직 교장과 교감 및 교육행정직 공무원 등 학교 관계자 5명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앞서 이영승 교사의 유족들은 지난해 10월 6일 "학부모의 지속적인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이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데 이어 같은 달 22일 "학교 측은 교권 침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교육지원청에 별도 보고하지 않았고,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학부모 민원을 받고 유족 측에 보상을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학교 관계자들을 고소했었다.
경기도교육청도 이영승 교사를 비롯해 故김은지 교사 등 호원초에서 근무하던 교사 2명이 2021년 6월과 12월 6개월 간격으로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기록한 뒤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이후 합동대응반을 통한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도교육청은 학부모 A씨가 지난 2016년 6월 6학년 자녀가 수업시간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는 과정에서 8㎝ 가량 손을 베인 사고와 관련해 이영승 교사가 숨지기 직전까지 치료비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실을 비롯해 총 3건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사실을 확인, 지난해 8월 해당 학부모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고인과 학부모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진행한 경찰은 협박·강요 정황 등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함에 따라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학생이 커터칼에 베인 사건과 관련해 A씨가 이 교사의 입대 뒤에도 연락해 8개월에 걸쳐 5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이 교사가 먼저 치료비를 제안했고, 강압이나 협박은 없었다"며 "학교 관계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나 정황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사결과에 경기지역 교원단체들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경찰의 불송치 수사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영승 교사의 죽음은 분명한 교육활동침해 행위로 인한 사망사건"이라며 "학부모는 지속적인 악성 민원과 협박으로 군대까지 찾아와 치료비를 요구했고, 학교 측이 교사에게 스스로 민원을 대응하도록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권 4법 이후로도 학교 현장은 여전히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며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버리는 교사들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더 촘촘하고 세심한 교권보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도 "안타까운 희생과 피해자는 있는데, 단죄할 가해자는 없다는 결과에 대해 학교 현장은 납득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경기교총은 "수사 결과를 바라보는 전국 교원들의 심정은 실망감을 넘어 똑같은 일이 자신에게 생겨도 결말은 똑같겠지 하는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무너진다"며 "특히 이영승 교사는 교육활동 침해로 인사혁신처로부터 순직결정을 받은 상태로, ‘형사적 책임 부분에서는 단죄할 가해자가 없다’는 논리의 경찰의 수사 결과는 그 자체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더 이상 교직사회에서 안타까운 희생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과 악성 민원에 대한 가해자 처벌 강화법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역시 성명서를 통해 "불송치를 결정한 경찰의 부실 수사를 강력 규탄한다"며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경기전교조는 "과도하고 지속적인 치료비 요구가 강제성이 없었다는 경찰의 발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며, 고인의 명예 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조금의 실마리조차 찾지 않은 경찰의 성의 없는 태도에 큰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피의자들(학부모)이 명시적인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교사에 대한 악성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하며 교사에게 책임을 물었던 것 자체가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특히 ‘실제 학생이 다친 사건과 교사 사망 시점이 6년간 차이가 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경찰의 설명은 오히려 이 교사가 수 년에 걸쳐 긴 시간동안 거대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렸음을 방증한다"며 "학교 관리자들의 직무유기 혐의도 도교육청 감사 과정에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부실 수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도교육청은 교육현장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 경찰이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불송치 결정한데 대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교육청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유가족들의 이의신청이 있어야 법률지원 등이 가능한 상황으로, 유가족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기관 차원의 추가적인 대응을 모색해나가는 한편, 향후 도교육청의 교권보호 대책이 교육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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