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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청 성희롱 폭로 3개월…'학습된 무기력' 작용? 명확한 메시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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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청 성희롱 폭로 3개월…'학습된 무기력' 작용? 명확한 메시지 필요

피해 접수 없어 안타까움…전례가 문제라면 강력 의지 필요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청 여직원의 '간부공무원 성희롱 폭로' 사태와 관련해 '학습된 무기력'이 작용한다면 조직문화의 신뢰회복과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온다.

14일 익산시와 여성계 등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익산시청 여성직원이 간부 공무원의 성희롱 발언 등을 노조게시판을 통해 폭로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피해 접수가 없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익명의 작성자는 "그(가해자)의 표적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어린 여직원"이라며 "해당 상사는 점차 늦은 밤에 전화를 하거나 '집에 아픈 아이가 있어 각방 쓴다' 등 부적절한 말은 물론 불쾌한 신체접촉까지 한다"고 폭로했다.

▲익산시청 정면 ⓒ익산시

익산시공무원노조는 즉각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피해를 입은 직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구체적인 제보 요청에 나섰다.

익산시 역시 상급자의 성비위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히 징계하겠다며 피해자 신고를 당부하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익산시는 지난 3월 14일 직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재훈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를 초빙해 성희롱과 성매매, 성폭행, 가정폭력 등 '4대 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익명의 폭로 3개월이 지나도록 피해 신고가 아예 접수되지 않아 가해자 처벌은 요원한 실정이다.

한창훈 익산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노무사를 통해 상담안내를 받으면 피해자 신분이 밝혀지지 않고 노무사가 고발할 수 있다며 거듭 피해 제보를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창훈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를 해도 피해자가 제보를 하지 않으면 진척이 있을 수 없다"며 "수년 전에 피해 여성 공무원만 고통을 당했던 전력이 피해 접수를 막는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익산시청 주변에서는 6~7년 전에 직원 성희롱과 인격모독 발언 등으로 해임된 한 간부의 사례를 들며 "신고를 해봐야 피해자만 힘들게 된다는 경험칙이 2차 피해를 우려한 여직원들의 제보 접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익산시는 3월 14일 직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재훈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를 초빙해 '서로에게 이로움이 되어주는 익산'이란 주제로 성희롱, 성매매, 성폭행, 가정폭력 등 '4대 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익산시

전문가들은 집단 내 성희롱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과거의 경험칙이 있다면 신고 접수를 꺼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지현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 센터장은 "신고를 해서 어려움을 겪은 과거의 경험칙이 '학습된 무기력'으로 나타난다면 '신뢰'를 통해 반드시 깨줘야 한다"며 "피해자는 어떤 식으로든 꼭 보호될 것이라는 아주 명확하고 강한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지현 센터장은 "반드시 '피해자가 이롭고 가해자는 불리하다'는 강력한 지침과 필살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특정하지 않고도 강한 의지를 공표하고 성평등 교육과 2차 피해 예방교육 강화 등 관련 교육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도성희 익산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익명의 폭로를 했지만 2차 피해를 우려해 실제 접수를 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구성원 안에서 피해자가 반드시 보호된다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성희 소장은 "이를 위해 조직과 개인 차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2차 피해 예방 교육 등도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는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는 '구성원 간 신뢰 구축'이 대단히 중요한 만큼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예산 투입과 별도의 시간 할애를 아까워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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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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