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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때다’와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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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때다’와 ‘떼다’

5월6일은 어린이날 대체 공휴일이라 집에 쉬었다. 종일 비가 내려서 집 앞에 인천대공원을 두고도 가 보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서재로 왔다갔다 하면서 하루 종일 빈둥거렸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도 볼 것이 별로 없다. 한참을 돌리는데 기와를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하는 곳이 있었다. 오랜만에 기와 굽는 것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서 거기서 멈춰 끝까지 보기로 했다. 기와를 만드는 과정 중에서 장작을 때서 1200도 이상으로 온도를 높여야 하는 내용이 나왔다. 화면에 나오는 이는 제대로 말을 했는데, 자막은 계속해서 틀리게 표기하고 있었다.

세 번 떼고, 네 반 떼고, 계속 떼야 해요.

요즘은 자막을 통해 보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방송에서 자막을 같이 보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을 때는 것’인데, 계속해서 ‘떼고’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가 모르겠다. 화면에서는 불 조절을 잘못하면 계속해서 불을 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때다’와 ‘떼다’를 예문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때다’를 사전에서 찾아보자. “1. 넣어 지피다 2. 달아나지 못하게 잡히다”, 혹은 “(사람이 아궁이나 방에 땔감이나 불을) 넣어 지피다.”라고 나타나 있다. 고어에는 ‘다히다(구급방 상15)’라고 되어 있다. 그 외에도 “뚫어지거나 깨지거나 해어진 곳에 조각을 대어 막다.”, “때우다(대신하여 불충분한 대로 넘기다)”,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이나 배척을 당하다.”와 같이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뜻은 다음사전에 나오는 국어사전과 예문은 고려대학교 한국어대사전을 인용하였다.) 예문으로는

불을 땐 방바닥은 뜨끈뜨끈했다.

하루하루 땜 때는 식으로 살고 있다.

이 집은 장작불을 때는 집이라 다소 불편합니다.

등과 같이 쓴다. 장작을 때는 것이지, 장작을 떼는 것은 아니다.

이제 ‘떼다’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사전적 의미를 보자. “1. 따로 떨어지게 하다 2. 옮겨 놓기 시작하다 3. 열어 말하거나 시작하다”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것이며, 그 다음으로 “꾸고 돌려주지 않다”, “지우다”, “이유하다”, “뜯다”, “떨어지다”라는 뜻도 있다. 역시 예문을 보자.

아이가 자라서 젖을 떼다.

헌데의 옷더께를 떼다.

토끼는 간을 떼어 육지에 두고 왔노라고 하였다.

흔히 ‘아이를 떼다’라고 할 때는 ‘지우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돈을 떼었다’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말이고, 한 번 쯤은 당해 본 독자도 많을 것이다. 아무튼 ‘떼다’는 ‘따로 떨어지게 하다’라는 의미로 가장 많이 쓰인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방송에서 이런 오류를 보인다는 것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오락 프로그램도 아니고, 다큐멘터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역사를 조명한다든가, 언어를 가르치는 방송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언론은 제3의 권력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귀한 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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