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과 교권 및 학부모 권리의 균형 및 각각의 권리에 대한 책임 규정을 통한 건강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조례 제정에 대한 경기교육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9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제정을 추진 중인 ‘경기도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은 기존의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보호에 관한 조례’를 통합·개편하는 개념으로,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 등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상호 존중의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조례안은 △학생, 교직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 △권리와 책임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연수, 실태조사, 관련 위원회 구성·운영 △권리 구제와 갈등 조정을 위한 담당관 및 자문기구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초 도교육청은 지난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및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안)’과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마련, 경기도의회에 제출하는 등 기존의 조례의 내용을 보완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교권조례 개정안의 경우 지난해 9월 ‘제37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반면,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은 같은 해 11월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에서 보류됐다.
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진행한 학생인권조례 및 교권보호조례의 개정에 대해 학생과 교원 및 학부모 모두를 포괄하는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통합 조례 마련을 요구했고, 도교육청은 교육기획위 소속 도의원과 현직 교사 및 업무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해 ‘경기도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어 지난 3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 조례안에 대한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악저지 경기도민 공동대책위원회(경기공대위)’는 지난 8일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마치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지 않을 것처럼 하면서 정작 개정안에는 폐지 조항을 넣은 도교육청의 행위는 도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특히 조례안은 마치 학교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을 위해 필요한 조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기공대위는 "학생 인권 정책에 편중되어 다른 주체의 권리와 권한 보장이 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의 전제 자체도 학생 인권과 교권으로 인권을 나눠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며 "뿐만 아니라 지난해 사실상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시도가 도의회의 부결로 무산된 이후 교육3주체 및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인 폐지강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도교육청은 이 같은 우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TF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새로운 조례 제정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기도는 ‘학교 현장의 한 구성원으로서 청소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 전국 최초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통해 경기도 학생들은 인권과 민주시민의 가치를 배워왔다"며 "학교 내 인권의 지표였던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 학생인권을 빼앗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전교조)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교권보호 의지를 저버린 행위"라며 도교육청의 교권보호조례 폐지를 규탄했다.
경기전교조는 "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부터 수 많은 교사들의 ‘안전한 교육활동 보장 및 교육할 권리 확보’ 요구에 따라 교권보호조례를 개정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일방적으로 해당 조례의 폐지를 발표했다"며 "새로운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은 교사가 교권침해를 당했을 시 발생되는 여러 문제사항에 대해 기관이 어떤 조치를 하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 대부분이 삭제·축소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교사의 교권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과 대응방안의 부재, 교사를 객체화하고 기관의 역할을 축소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 마련, 교권보호정책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일방적인 정책추진과 본인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행정폭력, 교권보호조례를 폐지하면서 교권보호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며 "도교육청은 교사들의 분노를 직시하고, 교권보호조례 폐지 및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 상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교사노동조합도 입장문을 통해 "학생의 인권과 교권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님에도 학생인권조례가 교권과 함께 언급되고,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조례’까지 함께 폐지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무엇보다 신규 조례안은 교사의 교육활동보호와 학생인권 모두 후퇴했고, 교육청과 교육감의 책임은 축소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학생인권조례에는 권리만 있고 책임이 빠져있는 모습으로, 민주시민양성 기관인 학교에서 학생들은 책임도 함께 배워야 한다"며 "도교육청은 새로운 조례를 제정하려 하지 말고, 차라리 학생인권조례에 민주시민으로서 학생의 책임을 포함해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통합 조례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도교육청 주관으로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 토론회’에서 토론자들과 참석자들의 온도차가 극명했다.
토론자들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 모두 보호되는 조화로운 교육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권리와 함께 책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존 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조례는 학생인권과 교권을 분리해 바라봤다면, 통합 조례는 교육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기존의 학생인권조례가 학생과 교사간 첨예한 대립구도 형성 등 학생인권과 교권의 갈등 구조 고착화시켰던 만큼, 기존 조례가 갖고 있던 한계와 우려 극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조례가 필요하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반면, 일반 참석자들은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책무를 규정한 것은 장점이지만, 각 독립된 조례로 넣어도 된다. 기존 조례의 내용들을 통합된 하나의 조례에 다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거나 "인간에 대한 존중은 마땅하지만 교실 내에서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권리를 똑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면 안된다. 조례를 통한 규정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및 "조례에서는 민감한 여러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뭉뚱그리기만 하고, 구체적 내용은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것은 오히려 학교현장에 혼란만 야기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토론자로 참석했던 오지훈 도의원도 "새로운 권리 조례안이 헌법과 법률 및 협약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생 인권을 기존 학생인권조례만큼 존중하고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며 "새 조례 제정은 교육공동체 전체 균형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각 구성원의 권리에 대해 세세하게 규정해 놓은 개별 조례보다는 구체성과 명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토론회와 관련해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소중한 학생인권은 존중하지만, 왜곡된 권리의식과 권리만 강조되고 책임은 소홀히 함에 따라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 교원의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된 학생인권조례를 개선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학생의 인권은 학생인권조례 유무와 관계없이 보호하고 존중할 가치"라면서도 "그러나 학생이 자유민주주의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와 함께 타인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며 학교구성원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교육공동체간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기할 수 있는 학교구성원 조례가 민주적 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학교현장에 안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달 해당 조례안의 도의회 상정 및 7월 시행을 목표로 도교육청은 오는 23일까지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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