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가 지역 최대 현안인 의대 설립을 높고 난관에 봉착했다.
당초 전남도는 도내에 통합 의대 설립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공모를 통한 단독 의대 설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로 인해 의대 설립을 목표로 뛰어왔던 순천대와 목포대를 필두로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어느 한쪽은 반드시 지게 되는 이번 싸움에서 의대가 한 곳으로 결정되면 다른 쪽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그 원망은 고스란히 김영록 지사에게 쏟아질 전망이다.
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지역에 의과대학 설립은 30년이 넘는 오랜 숙원 사업이다.
해마다 70만여명의 도민들이 타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원정진료를 떠나고 있고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같은 열악한 의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전남도는 '전라남도 국립의과대학 유치'에 전력을 다해왔다.
하지만 전남을 대표하는 국립대인 순천대와 목포대 가운데 어느 학교에 의대를 유치하느냐를 놓고는 이견을 보이면서 지역 간 유치 경쟁까지 벌어져 과열양상을 보였다.
결국 지난 1월 25일 전남권 통합 의대 설립에 합의했고, 지난 3월 14일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록 지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남지역에 의대 신설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전남도가 추진하는 '목포대·순천대' 공동 의과대학 설립과 달리 윤 대통령은 "전남도에 국립의대 추진하는 것에는 먼저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전남도에서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시면 저희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조건부 단서를 달았다.
이에 김 지사는 4월 2일 도민담화문을 통해 전남의과대학 설립을 통합 의대가 아닌 단독 의대로 공모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 지사는 "전남권 의과대학 설립은 정부의 의대 증원 일정과 맞물려 돌아가는 긴박한 상황으로, 국립의대 신설 방침과 계획을 신속히 확정해 정부에 신청해야만 하는 촉박한 일정이기 때문에 제반 여건을 감안해 공모방식을 통해 추천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순천대를 비롯한 전남 동부권이 즉각 반발했다.
전남도가 추진하려는 의대 공모는 법적 기속력이 없는 단순 의견제시일 뿐인데, 전남도는 공모를 밀어붙이며 지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전남도가 신설 의과대학과 관련해 16개 지표를 기준으로 서남권을 중심으로 용역한 결과를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 그 결과를 공개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공모를 한다고 한다”고 불신했다.
정치적으로는 완도 출신인 김 지사가 의대를 서부권에 주려 한다는 의혹도 깔려 있다. 결국 순천대는 전라남도가 추진하는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목포대와 목포 정치권도 반발하고 있다. 의대 설립은 목포대에서 오랜 기간 준비해왔는데, 순천대가 뒤늦게 끼어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병원 인프라가 부족한 서부권에 의대가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 대립이 격화되자, 신민호 전라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막무가내식 행정이 전남도정의 신뢰를 추락시켰다"며 의대 유치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전남도는 자칫 지역 간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30년 만에 찾아온 의대 신설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순천대 불참 속에 공모가 진행돼 의대가 목포대로 확정될 경우 동부권의 반발은 들불처럼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권이 의대 필요성 근거로 내세우는 "여수석유화학산단과 광양제철소가 위치해 대형 인명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남도는 지난해 7월 순천시에 위치한 동부지역본부 개청을 앞두고 기존 1국 6과 체제에서 1본부, 3국, 1관, 11과로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동부본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154명에서 320명으로 증가했다.
당시 조직개편과 관련, 서부권 출신인 김영록 지사가 2026년 지방선거 3선 달성을 위한 '동부권 공략' 사전 포섭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대 설립 갈등으로 무산될 경우 김 지사의 3선 가도는 빨간불이 예상된다. 인구수에서도 동부권은 서부권보다 월등히 많다.
더욱이 전남도는 광주 군 공항 무안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남도청이 소재한 무안군의 강력 반발에 직면하고 있어 김 지사는 안팎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그간 관례로 볼 때 민주당 텃밭에서 3선 광역단체장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면서 "가뜩이나 다음 전남지사 선거 출마를 염두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김 지사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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