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원내대표 후보로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대세론'을 얻어가는 가운데, 당내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수도권 및 낙선 인사들로부터 "총선의 참패를 책임져야 되는 사람들이 또 다시 전면에 나서서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것은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비주류의 내부 비판에 지나치게 배타적이라는 경직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4.10 총선 서울 광진을 선거에서 낙선한 오신환 전 의원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세미나에서 친윤 이철규 의원이 새 원내대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최근 상황을 겨냥 "도대체 이 당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디로 가려 하는지를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더 추락하는 것으로 가는 그런 행위"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오 전 의원은 민주당 측에서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떠오른 것을 두고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이) 치러졌고 그게 승리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수용가능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국민의힘은 108석이라는 대참패 속에서, 그것도 3번에 연달아 총선에서 참패했다"고 지적했다.
오 전 의원은 당의 현재 상황에 대해 "대참패 이후에 당이 이렇게 적막하고, 고요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변화나 혁신에 대한 몸부림 없이 이렇게 덮고 지나가려고 하는 모습"이라며 "무슨 메시아가 나타나서 '짠'하고 뭔가를 해결해주지 않을까, '우리가 이길 수 있다' 하는 이런 막연한 기대감들을 갖고 있는 거 같다"고 비판했다.
오 전 의원은 특히 대통령실과 당 간의 수직적 당정관계를 당이 위기에 몰린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당내 민주주의, 민주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뽑은 당 대표를 쫓아내는 과정, 또 지난 전당대회 속에서 룰을 바꿔가면서 '윤심’이 반영된 당 대표를 뽑는 과정을 보면서 사실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을 엄습하고 있는 이 공포감, 말하면 뭔가 잡혀갈 거 같은, 아니면 뭔가 불이익을 받을 거 같은 이런 당 내 분위기가 있다"며 "뺄셈정치를 통해서 계속 (비판자들을) 내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들이 결국에는 우리 당을 끓는 물의 개구리처럼…(만든다)"며 "3번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주 치열한 성찰 없이 계속 이것을 덮고 그 다음에 또 기대하는 이런 구조적 모순에 빠져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뺄셈정치를 해오면서 당내에서 '너 내부총질하지 말아라' 이러면서 오히려 '그럴 바엔 다른 당으로 탈당해라' 이런 목소리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내부논쟁 없이는) 영원히 이 영남 중심의 정당 속에서 우리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 전 의원은 당 혁신의 핵심과제로는 지난 김기현 대표 선출 당시 바뀐 전당대회의 '당원 100% 룰' 개정을 꼽았다. 그는 "50 대 50 정도의 민심을 반영하는 룰 세팅으로 다시 바꿔야 된다"며 "당심 100% 반영이란 건 그 당 지도부가 실패함으로 인해서 이미 다 실패한 룰"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동을 낙선인이자 당내 3040 낙선인 모임 첫목회의 간사인 이재영 전 의원도 "어떤 지도부를 우리가 꾸려나갈 것이냐, 거기 있어서 저는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일반 여론,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룰로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총선을 통해 봤던 민심의 심판, 민심의 회초리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고 전당대회 룰 개정을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여기에 더하자면 저는 현재 단일지도체제에서 집단지도부로 (체제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5년간 단일지도체제를 해왔지만, 그 단일체제에서 더 많은 폐해를 봤고 이제는 무게감 있고 다양 의견 수렴되는 지도부가 탄생돼야 하는데 그건 집단체제밖에 없다"고 지도부 체제전환을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재한 인천 동·미추홀을 윤상현 의원은 오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뺄셈정치'라는 당의 경직적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근간이 뭔가, 보수 영남이란 몸통 하에 두 개의 축이 있다. 한 개의 축은 2030으로 대표되는 이준석계, 또 하나의 축은 안철수계로 대변되는 중도층"이라며 "그런데 집권하자마자 두 개 축을 스스로 잘랐다. 한 마디로 자해정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당 내부적으로 근저에 정말 치유하기 힘든 몇 가지 병폐, 일종의 DNA 같은 게 있다"며 △뺄셈정치 △이익집단 △국민과 당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DNA 등을 '당의 구조적인 병폐'로 꼽았다. 당이 용산을 중심으로 내부비판을 차단하고 민심을 무시했기에 총선에서 참패를 겪었다고 평가한 셈이다. 그는 "정치는 한 마디로 서비스"라며 "국민의힘을 한마디로 서비스에 강한 봉사기관으로 탈바꿈 시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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