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동운 변호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이 지난 1월 퇴임한 지 3개월 여 만이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의 수장 공백 상황과 무관치 않은 인사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윈회가 추천한 2명의 후보자 가운데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며 "속히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파견법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앞서 후보추천위는 지난 2월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함께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 가운데 지명되지 못한 이 변호사는 한때 '우직한 검사들의 모임(우검회)' 멤버로 윤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와 관련해 "복수 후보와 관련한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공정성과 신뢰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새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김진욱 전 공수처장 퇴임 이후 지휘부 공백이 길어지면서 진척을 보지 못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 향배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사건이 접수된 이후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직후 4시간의 약식조사를 진행한 것 외에는 수사 진척이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공수처 수사와 별개로 채 상병 특검법 도입을 요구해왔으며, 오는 29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용산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 대표와의 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그동안 미뤄온 공수처장을 지명한 배경에 야당의 특검법 공세를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장 지명과 특검법을 연결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장 후보 검토 과정에서는 '지명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 수사 무력화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막상 공수처장을 지명하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냐'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한 비판이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공수처장 지명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선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직위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를 해야 하는 것이고,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일정을 감안해 지명과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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