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총선 참패의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책임론의 중심에 서 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탓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총대를 메고 한 전 위원장 공격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대항하는 당내 방어 세력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홍 시장은 지난 20일 온라인소통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고 (한동훈은) 총선을 대권놀이 전초전으로 한 사람", "더이상 우리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총선 직후부터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문재인 믿고 그 사냥개가 되어 우리를 그렇게 짓밟던 애(12일)" "전략도 없고 메세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홀로 대권놀이나 한 것(14일)", "주군에 대들다 폐세자 된 황태자(18일)"라고 비난했다.
홍 시장은 "내가 이 당에 있는 한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홍 시장이 연일 매섭게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자, 역효과로 '한동훈 동정론'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의사당과 국민의힘 당사 등에 한 전 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등장했다.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김웅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시장의 발언에 대해 "무자비한 인신공격"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우리를 짓밟던 사냥개이고, 깜도 안 되는 자였으면 지명할 당시 반대했어야지 그때는 뭐했나. 이제는 돌변해 전 위원장을 공격하니 참으로 정치판의 비열함을 실감한다"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도 지난 17일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전국 유세를 돌아다니면서 본인(한 전 위원장)이 쓸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쓰려고 하는 모습들을 봤을 때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통 면에서 국민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만큼 못 미치는 것 같다"고 책임 소재를 돌렸다.
한 전 위원장도 총선 후 열흘 만인 지난 20일 직접 SNS상에 등판해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다. 사심 없고 신중하기만 하다면"이라며 홍 시장 주장에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그러나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한동훈이 자신의 능력에 가진 과신"을 꼽으며 "인생을 좌절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라고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한동훈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의 당헌에서 자당 출신 대통령에게 상당 범위에서 보장하는 당무관여의 권한을 거부했다. 이렇게 하여 그는 시종일관 당무독점을 기했다"며 "이제 변명은 그만하자. 자신의 잘못에 맞는 책임을 지도록 하자.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지층 사이에서 한 위원장 지지는 압도적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44.7%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꼽았다. 뒤이어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18.9%),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9.4%), 유승민 전 의원(5.1%) 순이었다. (무선 자동응답 방식 진행, 응답률 6.8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
한편 전당대회 적합도 조사에서 3순위에 호명된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일 <문화일보> 인터뷰를 통해 차기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당 대표보다 4선 중진으로서 당과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며 "경제와 산업, IT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국방·안보 분야의 전문성을 보태 국정 운영에 필요한 역량과 능력을 키워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 전 위원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좀 쉬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지 않을까"라며 "한 전 위원장의 차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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