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법안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총선 압승 이후 원내 운영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이지만, 여당과의 협의 불발에 이은 강행 처리라는 점에서 역풍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18일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소집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세월호 참사 피해 지원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을 가결했다.
여당 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야당 위원들은 이들 안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12명 모두 찬성표를 던져 5개 안건이 모두 통과했다.
양곡관리법은 지난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1호 민생법안'이다. 이날 처리된 새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된 양곡관리법을 대체하기 위해 입안됐고, 지난 2월 야당 주도로 전체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서 특정 법안 심사가 60일간 논의 없이 계류되면 해당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현재 농해수위 위원 19명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7명,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으로 구성돼 있어 야권 단독으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야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이날 5개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가결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4월,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농민단체, 전문가 등 농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농산물가격안정제 도입 등을 정기국회 주요 입법과제로 추진해 왔다"며 "그 이유는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서 농가 경영을 위협할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부족한 지방 재정과 지역적 한계 때문에 지자체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국가적 차원의 제도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안 없는 반대만 하지 말고 21대 국회 임기 내에 '농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등 4개 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대안없이 반대만 계속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법에 미처 포함되지 않은 '기후위기·고물가 시대,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약속 드린 바 있기에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입법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양곡관리법의 본회의 회부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줄줄이 강행 처리를 시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표결은 물론,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의사일정과 안건에 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국회법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본회의 부의 요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지난해 4월 정부의 재의 요구 이후 국회에서 부결된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조항을 부활시켰다"며 "(이는) 과잉생산 유발, 쌀값 하락, 재정부담 증가 및 형평성 문제 등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와 농업인 단체도 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률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며 "민주당은 입법 독주를 중단하고, 신중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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