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그룹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노조파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허영인 회장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임삼빈 부장검사)는 2일 허 회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체포됐으며,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지난 달 검찰로부터 세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와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전날에도 허 회장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 출석이 어렵다"며 불응했다. 앞서 허 회장은 지난 달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에 출석했으나 가슴 통증을 호소해 조사는 1시간 만에 종료됐다.
검찰은 허 회장의 지시로 노조파괴가 실행됐다고 보고 있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먼저 구속기소한 황재복 SPC 대표이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SPC가 검찰 수사관을 통해 수사 정보를 빼돌린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허 회장의 신병을 최장 48시간 동안 확보한 검찰은 그룹 차원의 부당노동행위와 수사관과의 금품거래 사실을 알았는지, 이를 지시 혹은 승인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해소와 노동권 향상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허 회장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공동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그룹 차원의 노조파괴 행위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고, 친기업 노조와 회사가 노조파괴에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며 "뒤늦게라도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는 점은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려 8년간 불법파견 문제해결이 지연되는 데는 관계 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며 비판했다.
이어 "허 회장의 체포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파견의 피해를 받은 수천 명의 제빵기사가 여전히 차별적인 임금과 복지에 처해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 검찰수사로 SPC 파리바게뜨의 범죄사실이 밝혀진 만큼, 관계당국들은 지금이라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 제빵기사들의 피해를 없애고, 여죄를 철저히 처벌해 다시는 제빵기사와 노동조합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는 2017년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을 한 제빵사 5000여 명을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로, 이듬해 1월 노사정과 시민대책위원회 사이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세워졌다. 그러나 거듭된 노조파괴 및 사회적 합의 미이행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 소비자들이 SPC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제빵공장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벌어지면서 SPC그룹은 대표적인 중대재해기업이 됐다. 윤건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6개월(2018년~2023년 6월) 간 총 853명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에도 제빵 공장에서 56세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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