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도 중 하나인 사회복무제도는 원래 공익근무제도(1995. 1, 1.부터 시행)로 불렸으나 2013년부터 명칭이 변경되었다. 즉, 사회복무제도는 올해로 제도 도입 30주년이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노동시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현역 복무가 부적합한 청년에게 병역의무 이행의 일환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을 부여하기로 결정했고(2007년 2월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전략' 보고서 참조), 그 결과 해마다 5만 명이 넘는 사회복무요원에게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
이 태생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4급 보충역 판정자의 병역의무를 면하고, 자발적인 병역 수행자들에게 대체복무의 형태로 사회복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산업기능요원과 같이 각종 노동관계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제노동기구(ILO) 제29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고, 사회복무요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 나은 사회복무를 위한 10대 요구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지난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사회복무요원(소집해제자, 복무예정자 포함) 112명을 대상으로 '2024 사회복무요원에게 꼭 필요한 공약 Best 5' 투표를 진행했다. 설문에 제시된 공약 10개는 지난 1년 동안 사회복무노조에 제보된 상담 사례를 분석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회복무노조가 제시한 정책은 △복무기관 재지정 직접 신청 및 전산화 △사회복무요원 식대 현실화 △겸직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 △괴롭힘 금지 보호범위 확대 △4급 판정 사유 관련 업무 거부권 △4급 판정 사유 추가 병가 부여 △산재보장 및 공상 치료비 지원 △사회복무요원 주거비 지원제도 개선 △독립적인 기관에서 공상 심사 △정치적 기본권 제한 완화이다. 이 중 1인당 최대 5개의 공약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5개의 총선 공약을 선정했다.
당사자가 말하는 가장 필요한 정책
투표 결과 공동 1위(71.4%)는 '복무기관 재지정 직접 신청 및 전산화'와 '사회복무요원 식대 현실화'였다. 병역법 시행령 제65조의2는 재지정원서를 받은 복무기관의 장이 지체없이 재지정원서를 지방병무청장에게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노조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와 병무청 국정감사 자료를 비교한 결과, 복무기관의 장이 자의적으로 재지정을 거부하는 등 수많은 재지정원서가 통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의심되는 통계적 차이가 발견되었다. 이에 노동조합은 복무기관의 장을 거치지 않고 지방병무청장에 직접 재지정 신청을 허용할 것과, 온라인 신청을 통해 통계 누락을 방지할 것을 국회토론회에서 요구했다.
사회복무요원의 중식비는 국가공무원 매식비 단가(7000원)가 기준이 된다. 그마저 주말에는 나오지 않고, 출근일에도 점심에만 7000원이 지급될 뿐이다. 사회복무요원의 급여는 최저임금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월 64만 원, 이등병 기준), 생계를 위해 겸직을 하려면 복무기관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식대 현실화와 겸직 신고제 전환은 결국 사회복무요원의 생존권에 대한 요구다.
지난해 10월 6일에 의결 및 공포된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금지 법은 사회복무요원의 신분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70%는 사회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며, 따라서 민원인과 이용자에 의한 괴롭힘(폭언, 폭행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5월 시행된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1명이 민원인 또는 복무기관 이용자에 의한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으며, 故최준 사회복무요원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음에도 민원업무를 하다 폭언에 노출되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다. 민원인·복무기관 이용자에 의한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와 4급 판정 사유 관련 업무 거부권은 사회복무요원의 생명권에 대한 요구다.
사회복무제도 개선, 소통단으로?
병무청(청장 이기식)은 지난 달 26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사회복무요원, 복무기관 담당자, 복무지도관 등으로 구성된 사회복무 소통단 위촉식을 개최하였고, 사회복무제도 개선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였다고 한다.
사회복무제도 개선을 위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병무청의 태도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무 소통단'에 선발되는 사회복무요원의 기준은 무엇인지,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사회복무 소통단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병무청 주도하에 진행되는 소통이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병무청, 노조와 소통하자!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2023년 4월 30일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에서 10대 요구안을 발표하였고, 곧이어 6월 7일 최초로 열린 단일주제 국회토론회 '사회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사회복무제도에 대한 다양한 개선안을 논의하였다. 같은 해 6월 22일에 발표된 '복무 중 괴롭힘 금지, 모든 사회복무요원의 안전복무를 위한 병역법 개정안'의 내용은 8월에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국방부 대안)에 반영되어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조항은 오는 5월 1일자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복무요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병무청은 노동조합과 소통하는 것이 노조를 인정하는 모양이 된다며 노동조합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2024 사회복무요원에게 꼭 필요한 공약'에는 112명에 사회복무요원이 참여하였고, 작년 5월 진행된 '현실을 바꾸는 사회복무요원 복무환경 실태조사'에는 350명이 참여하였다. 반면 사회복무 소통단에는 단 22명의 사회복무요원만이 소속되어 있다.
이에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병무청에 요구한다. 소통단 대신, 노동조합과 소통하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