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이 진 신용(빚)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내 기업의 절반가량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빚의 이자조차 못 갚는 수준으로 취약성을 드러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는 제한적으로 평가됐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작년 4분기 기준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신용 레버리지)은 224.9%였다.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명목 GDP의 2.25배에 달했다.
이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작년 2분기(225.7%)와 뒤 이은 3분기(225.6%)에 비해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GDP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의 빚이 유지됐다.
기업 대출 증가세 이어져
부문별로 보면 명목 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100.6%였다. 전분기(101.5%) 대비 1%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반면 기업 신용은 124.3%로 집계돼 전분기(124.1%)보다 상승했다. 1975년부터 집계한 장기추세선에 비해서도 5.0%포인트가량 높다.
가계 신용, 즉 가계 대출 수준을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계속됐으나 증가 속도는 줄어들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감소세는 계속됐다. 즉, 가계가 빚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주담대만 여전히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의 총 대출액은 작년 4분기 현재 1886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 규모는 전분기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가계 소득 중 즉시 처분 가능한 소득(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작년 4분기 현재 159.2%였다. 가처분소득보다 대출 규모가 1.6배에 달해 가계 소득 한도를 넘어선 수준으로 대출 규모가 컸다.
총 대출액 규모 기준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 비중은 5.3%였고 차주수 기준으로는 6.6%였다. 모두 소폭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전체의 절반 수준
기업 신용 잔액은 작년 4분기 현재 2780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4분기 기준 연체율(1.65%)은 장기평균(2009~2019년, 1.81%)에 비해 낮았으나, 비은행-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4분기 기준 비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4.07%로 금융업 전체(1.65%)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93%로 총평균(1.65%)을 웃돌았다.
대출액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의 수익성, 안정성 등 주요 지표는 일제히 하락했다.
작년 3분기 기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5%였고 매출액 증가율은 -4.0%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감소로 전환했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1.6배로 집계된 가운데, 이 배율이 1미만이어서 이자지급능력이 없는 취약 기업 비중은 44.4%로 집계됐다. 전체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돈을 벌어도 빚의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
"부동산 PF 위기는 제한적"
최근 위기설의 진앙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과 관련해, 작년 4분기 기준 부동산 PF 잔액은 135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분기 대비 4.1% 증가했다.
증가세는 감속됐으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분기 말 기준 2.7%로 집계돼 전년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 비율은 2020년 말 0.6%, 2021년 0.4%, 2022년 1.2%였다.
금융기관별로 대출 연체율을 나눠 보면, 특히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6.9%에 달해 전년(2.1%) 대비 5%포인트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한은은 이 같은 지표를 두고 "PF 사업장 관련 리스크는 다소 커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금융감독원의 부동산 PF 대출 관련) 사업장별 평가 결과를 보면 시공사를 통한 PF 사업장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은은 "PF 사업장 부실이 크게 확산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도 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항간에 떠도는 '위기설'이 실제화하더라도 금융 시스템 전체에 타격을 줄 정도로 위기가 커지지는 않으리라는 예측이다.
한은은 다만 "PF 채무 보증 규모가 과도한 일부 건설사가 유동성 사정 악화로 인해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갈 경우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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