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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이-팔 전쟁 반년 만에 처음으로 휴전 결의안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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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이-팔 전쟁 반년 만에 처음으로 휴전 결의안 채택

미국 기권으로 결의안 통과…이스라엘, 대표단 미국 방문 취소하며 반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성공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각) 안보리는 한국을 포함한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이 내놓은 결의안을 전체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자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이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고 기권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날까지 휴전과 관련한 결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안보리는 전쟁 발발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즉각적인 휴전'(immediate ceasefire)을 '촉구'(call for)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내놨다.

결의안에는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 동안 지속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휴전 촉구,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 흐름을 "긴급히 확대할 필요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미국 방송 CNN이 전했다.

안보리에서 통과된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결의안 통과 이후 사회 관계망 서비스인 'X'(이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이 결의는 실행되어야 한다. 실패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사자들 및 국제사회의 결의안 이행을 강조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을 번번이 거부한 미국은 비상임이사국이 모두 모여 제출한 결의안에 끝내 찬성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안에 미국이 요청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만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질 수 없다고 말했다.

▲ 25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약 반년 만에 처음으로 '즉각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날 그린필드 대사가 결의안에 하마스에 대한 규탄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권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린필드 대사는 "(하마스에 억류된) 첫 번째 인질을 석방함으로써 휴전은 즉시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하마스에게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고려해 기권을 결정했음에도 이스라엘은 고위관료 2명의 미국 방문을 취소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론 더머 전략 담당 장관과 차치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의 워싱턴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안보리에서 일관됐던 미국 입장의 분명한 후퇴"라며 이번 결의안이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고 휴전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의 기권이 "정책 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인질 교환의 일환으로 휴전을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취소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수위가 높아지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사망이 증가하자 '즉각 휴전'이 '필요불가결(imperative)' 하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으나, 이 결의안은 22일 안보리 회의에서 부결됐다.

당시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비상임이사국인 알제리가 반대를, 또 다른 비상임이사국인 가이아나는 기권을 택했다. 이들은 미국 결의안에 즉각휴전을 '요구'(demand) 또는 '촉구'(call) 한다는 명확한 표현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미국이 '기권'을 택하면서 결의안 채택을 사실상 용인한 데에는 더 이상 상황을 묵과하기 힘들 정도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날까지 3만 2333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고 7만 4694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대부분의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라파 지역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강행하려 하고 있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결의안에 강하게 반발한 것과 달리 또 다른 당사자인 하마스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번 결의안이 가자 공격을 종식시키는 "전환점임에 틀림없다"며 "리 국민에 대한 잔혹 행위의 끝을 알리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방송은 팔레스타인 외교부가 성명을 통해 안보리 회원국들이 결의안을 즉각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는 즉각 휴전을 넘어 '영구적인 휴전'(permanent ceasefire)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드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는 "이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2주 후에 라마단이 끝난 이후에는 영구적인 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이날 결의안 통과로 이스라엘이 반발하면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이 중재하고 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또 다시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이스라엘 매체인 <월드 이스라엘 뉴스>는 이스라엘 측이 하마스가 인질 40명을 석방할 경우 팔레스타인인 800명을 풀어줄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며, 하마스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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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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