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와 안철수가 맞붙은 성남 분당갑을 많은 언론이 접전지역으로 꼽는다. 선거라는 게 '인지도가 깡패'인지라 안철수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초반엔 안철수가 여유 있게 앞서나 했는데 지금은 엎치락뒤치락 초접전이다.
안철수는 대선 도전 3회, 서울시장 도전 2회 경력의 3선 의원이다. 이광재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강원도지사, 국회 사무총장, 국회의원 3선 경력의 정치인이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총선에서 패하면 정치적 재기가 어려워진다.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선거다.
2012년 안철수를 떠나 2024년 이광재에게로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지금 이광재 후보의 후원회장인 소설가 조정래는 12년 전 안철수 대선 후보의 후원회장이었다. 이뿐 아니다. 지금 이광재 캠프의 하승창, 정기남 선대위 고문, 이원재 정책특보, 한형민 홍보특보 모두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진심캠프'의 대외협력실장, 비서실 부실장, 정책기획실장, 공보실장 등 핵심이었다.
그중 한 인사는 안철수와 이광재의 차이점에 대해 "안철수는 기업 경험은 있지만 공적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반면 이광재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을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광재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잘 모아서 일이 되도록 만든다. 안철수는 그런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인다.
결정적으로 그는 "사실 안철수는 뭐랄까요, 완전히 강을 건너갔잖아요. 2012년 대선 출마 때 '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을 반대한다' 해서 우리가 모인 건데 안철수는 그동안 당을 너무 바꿨다"는 점을 결별의 이유로 들었다. 사실 안철수는 과거 자신이 '응징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맹비난했던 바로 그 당에서 지금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탈당, 창당, 합당, 사퇴, 단일화를 반복한 '새정치'
안철수가 '새정치'를 앞세워 혜성과 같이 등장해 한국정치를 강타했을 때 많은 학자와 언론인들은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그에게 희망을 걸었고 지지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났다. 결과는 어떠한가. 안철수는 12년 동안 탈당, 창당, 합당, 사퇴, 단일화를 정신 없이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정치를 선보였다. 유권자들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지들은 떠나갔다. 모두.
특히 지난 대선 단일화는 '구태정치의 끝판왕'이다. 당시 그는 유세장에서 '완주'를 거듭 약속했다. '다당제 소신,' '이순신의 12척,'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 유세 기간 사망한 '고인의 유지,'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 등 현란한 말잔치로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며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했다. 그러나 모두 거짓이었다. 낮에 유세장에서는 완주를 외치고 해가 지면 윤석열 후보 측에 단일화를 제안한 것이다.
특히 사전투표 이틀 남기고 마지막 TV토론회 후 단일화 담판을 요청한 게 안 후보 측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야밤에 회의장도 아닌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누나 집에서. 단일화 협상은 사실상 항복문서 조인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3일 아침 단일화 선언을 하고 이를 '공동정부'로 포장한다. 자신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쓸어 담아 그걸로 밀실거래 한 것이다.
'새정치' 위해 퇴출되어야 할 정치인
그는 정치 입문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선(3회), 서울시장 선거(2회)에 나섰다. 중간에 물러난 경우가 더 많았지만 이렇게 쌓인 인지도를 가지고 지금도 정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동지들의 헌신과 지지자들의 노고를 무시하고 자신만을 위한 결정을 해왔다. 자신이 만든 당조차 헌신짝처럼 다뤘다.
그가 수시로 당을 옮기고 이 선거, 저 선거에 '막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비전이나 가치관도 없고 자신이 뭘 해야겠다는 목표도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정치가 아니라 오직 당권과 대권 뿐이다.
'안철수 정치 12년'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국민과 지지자들을 기만한 것이고 한국정치를 농락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이제는 '새정치'를 위해 퇴출되어야할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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