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 휴전'이 담긴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이스라엘 압박에 나서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조직적인 성적 학대를 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매체인 <월드 이스라엘 뉴스>, <예루살렘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퇴역 장군인 아미르 아비비 전 이스라엘군(IDF) 준장이 이스라엘 매체 <라디오 103FM>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아비비 전 준장은 비공개로 미 국무부 고위 관리를 만났는데, 이 관리가 "이스라엘이 조직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비난했으며 "하마스가 가자 지구로 들어오는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를 훔쳤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가 만난 미 국무부 관리가 바바라 리프 근동담당 차관보를 언급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아비비 전 준장은 미 국무부 관리가 유엔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라 조직적 성적 학대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 관리는 하마스가 인도적 지원 물자를 가로채고 있다는 증거를 이스라엘 측에서 제시하지 않았으며, 라파에 모여 있는 100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을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측이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측의 입장을 들은 아비비 전 준장은 "이런 현상이 존재하는데도 언론이 결코 이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미 국무부 관리의 주장에 반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에서 "나를 뒤흔든 회의였다. 이는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 것이었다"라며 미 국무부 관리와의 만남은 국무부의 내부 입장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림 알살렘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과 프란체스카 알바니즈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에 대해 "여러 형태의 성폭행"이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맷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 내용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 달라"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 성명에 근거가 없다면서 거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즉각 휴전'이 '필요불가결(imperative)' 하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자지구 피난민들이 모여있는 라파에 대한 공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던 이스라엘은 휴전안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압박에 어느 정도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날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이스라엘 측이 자국에 수감돼 있는 팔레스타인 20명과 지난해 10월 7일 이후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이스라엘 인질 1명을 교환하는 휴전안을 하마스 측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인질 40명을 석방할 경우 팔레스타인인 800명을 풀어줄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매체에 "이스라엘이 유연한 제안을 했고 하마스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군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답변을 사흘 동안 기다릴 것이라며, 타결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이 제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지난 22일 회의에서 부결됐다. 당시 회의에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비상임이사국인 알제리가 반대하고 비상임이사국인 가이아나는 기권했다. 이들은 미국의 결의안에 즉각휴전을 '요구'(demand) 또는 '촉구'(call) 한다는 명확한 표현이 없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이에 비상임이사국들이 주도한 휴전 결의안이 25일 안보리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이 결의안에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것과 함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필요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구호 차량의 가자지구 북부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기구의 직원 12명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는 게 이스라엘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셸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예전 트위터)를 통해 "이는 인위적인 기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생명 구호 활동을 방해하려는 터무니 없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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