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친(親)윤석열계 인사들의 반발로 불거진 '한동훈 사천' 논란에 대해 "그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의 공개 저격글로 시작된 비례대표 논란이 친 한동훈계와 친 윤석열계 간의 '2차 당정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은 비례대표 순위 배정에 반발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발족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당내 잡음이 번지고 있다'는 질의에 "사천 프레임을 또 쓰시는 분도 있는데 지역구 254명과 비례대표 명단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제가 추천한 사람이 없다. 제 친분을 가지고 들어간 사람도 없다"며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되었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이 의원 등이 지적한 비례대표 '호남홀대론'에 대해서도 "비대위에 박은식, 김경율, 한지아 등 호남출신의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기용했다"며 "비례대표 명단도 제가 아까 잠깐 보고받은 것으로는 호남출신 인사들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각각의 기준으로 볼 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여성이나 젊은 층 등 저희가 지역구 공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했다.
앞서 전날 발표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에선 호남 인사 대부분이 당선권인 20번 밖으로 밀려나며 호남홀대론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직전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정당 득표율 15% 미만 득표 지역(시·도 단위)을 비례대표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고, 후보자 추천 순위 20위 이내에 4분의 1을 해당 지역 인사로 우선 추천한다'는 내용을 당규에 담고 있지만, 이번 명단에서 당선권 안에 배정된 호남권 인사는 8번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5번의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뿐이다.
특히 호남권 인사 중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주기환 전 광주시당 위원장은 당선권 밖 후순위인 25번에 배정돼 눈길을 끌었다. 반면 '한동훈 비대위'에 속한 한지아 을지의과대학 부교수는 12번에 배정, 역시 비대위 소속이며 지난 총선에 이미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한 김예지 의원도 비례대표 연속 공천을 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당선권인 15번에 배정됐다. 친윤계 인사들의 반발을 두고 '친한(韓) 공천에 대한 반발'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당내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전날 18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문 정권에 저항하며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를 바라며 이분들께 미안함을 전한다"며 "특히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졌고, 당을 위해 헌신해 온 사무처 당직자는 한명도 포함되지 못했다"고 써 비례대표 공천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비례대표 순번에 불만을 표하는 동시에 한동훈 비대위 소속 김예지 의원의 비례대표 재공천을 구체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이 의원은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출신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이라며 '골프 접대' 논란이 인 당선권의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17번) 등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이 전 서기관에 대해서는 접대 의혹 등 사유로 공천을 취소한 상태다.
후순위로 배정된 '윤 대통령 측근' 주기환 전 위원장을 포함해 호남권 인사들도 직접 행동에 나섰다. 주 전 위원장은 전날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 인사를 25% 우선 추천하는 내용을 당규에 담고 있지만, 이번 공천에서 광주는 완전히 배제되었다"며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총선 후보자 10명 또한 이날 선대위 발대식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과 관련해 "부당한 처사가 시정되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모두 중단하고 후보직을 전원 내려놓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이종섭 호주대사의 즉시 귀국과 황상무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사퇴 등을 촉구한 일을 두고 '2차 윤·한 갈등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비례대표 배정 논란이 더해지면서 이 의원, 주 전 위원장 등 친윤 인사들이 한 위원장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이날 당내에선 친윤계와 친한계로 갈라진 인사들이 호남홀대론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내비치는 등 신경전 양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이날 발족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당선권의 4분 1 이상을 (호남 출신에) 배치하게끔 돼 있다"며 "어차피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같은 당이고, 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관리하는 당인데, 그건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는 게 맞다"며 이 의원발 호남홀대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친한계 김경율 비대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의 공개 지적과 관련 "아쉬운 점이 있을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과) 다른 정당이잖나"라고 말해 친윤계 측과는 각을 세웠다. 김 비대위원은 "지역구 공천에서도 그랬지만 누구든 만족할 수 있는 공천은 없다"며 "이 의원께서 (공관위에서) 맡은 바 역할을 잘 하셨는데, 좀 비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말을 할 수는 있는데 좀 '왜 그러실까' 하는 의문도 또 든다"고도 했다.
비대위 지도부에 진입해 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비례대표 순번을 둘러싼 윤·한 갈등설에 대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로 공천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민의미래) 공관위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결정했고, 절차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한편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이 전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발표 시 '정상인과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장애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유 위원장은 당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은 최보윤 변호사를 소개하면서 "최보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장애인이고 제가 알기로 사법시험 되신 다음에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분 같은데 그래서 정상인과 장애인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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