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4월 말 (재외)공관장회의 기간에 일정을 잡아서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으로 조율이 됐다"고 밝혔다. 현재 호주에 머물고 있는 이 대사는 17일 KBS <뉴스9>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공수처가) 요청한다면 일정을 조율해서 언제든지 귀국해서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소환 통보 없이도 자진 귀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사는 "이미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며 "공수처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자진 출석한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 수사를 받는 중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은 도피성'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야말로 정치 공세이고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도피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대사직을 수행하면서 도피가 가능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사퇴 의사'에 관한 질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수사 받는 것이) 대사직 수행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출국 전 자진출석한 이유에 대해 "출국금지가 공수처에서 요청해서 법무부에 의해서 내려지는 조치"라며 "출국 금지 조치에 대한 이의를 (표명)한 상태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수처에 가서 설명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겠다 해서 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자신에 대한 조사 일정을 1달 전부터 스스로 밝힌 셈인데, '4월 말 재외공관장 회의' 시점에 맞춰 조사를 받겠다는 것은 '강제 수사' 상식에 비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수사 일정과 관련한 요구를 할 때마다 '마치 쇼핑하듯 수사를 받는다'고 비난해 왔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법무부장관 시절 이재명 대표 등 강제 수사 대상자의 수사 관련 요구에 대해 "법 앞에 예외가 없어야 하고, 국민들이 보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한다", "수사 당사자가 쇼핑하듯 수사 기관을 선택 못한다" 등의 발언을 해 왔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구속 영장 '비회기 청구'를 요구했을 때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마치 백화점 물건 쇼핑하듯이 자기 맘대로,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때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특권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비난한 바 있다.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는 "돈봉투 '쩐당대회'의 몸통인 송영길 전 대표가 반성은커녕 도리어 큰소리치며 검찰 출석조사 시기를 자기 맘대로 선정해 검찰청에 출두하는 쇼"라고 비난한 바 있다. 과거 '돈봉투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귀국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검찰에 '자진 출석' 의사를 전했지만 거부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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