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험지'인 부산과 울산의 전통시장을 찾아 "동남권 메가시티를 파괴하고 서울 확산을 계속 주장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이 균형 발전하겠냐"며 정부·여당의 '메가서울' 정책을 비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울산 북구 현역인 이상헌 의원에 대해 '희생'을 요구했지만, 친명계 후보인 양문석 후보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15일 오전 울산에서 수암시장, 동울산 종합시장 등 두 곳의 전통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오후에는 부산으로 이동해 기장시장, 당감새시장, 장림골목시장 등 전통시장 세 군데를 잇달아 찾았다. 민생경제 현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물가 폭등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면서 영남권에 정권 심판론의 불을 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시장을 찾아 "윤석열 정권이 부산을 위해 지난 2년간 한 일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겠냐"며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 공약 파기와 부산 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를 언급했다.
그는 '메가 서울' 정책을 언급하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부산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인데 엉뚱하게도 수도권 일극 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따로따로 경쟁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인데 도대체 왜 동남권 메가시티는 뒤집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러다가 서울에 붙어 있는 인근 시, 군들 하나씩 붙여서 서울을 만들다가 제주도 빼고 대한민국 전부가 서울이 되게 생겼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 수도권 집중이 이 나라 발전의 걸림돌인데 지방 발전, 지역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에 동남권 메가시티를 파괴해버리고 서울 확산을 계속 주장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이 균형 발전하겠냐"고 했다.
이어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를 언급하며 "여러분들께서 기억하기도 싫으실 부산 엑스포"라며 "사람이 하는 일이고 경쟁인데 안 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명확하게 결론이 이미 나고 있는데 희망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막판 대역전극이니, 이기느니 마느니 해서 많은 시민들이 새벽까지 기다리게 해놓고 대체 뭘 한 것이냐"며 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
이어 "돈은 대체 어디다 썼나. 330만 부산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그리고 온 국민이 바랐던 2030 부산 월드엑스포를 허망하게 좌초시켰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역전 승리라고 했는데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허탈했겠나"고 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 정권을 심판해야 다시는 이러지 않을 것"이라며 "집권여당은 말로만 부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됐다고 한다. 부산 시민 여러분들이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기고 부산을 오히려 후퇴시킨 윤 정권을 이번 4월10일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다시 부산에 희망을 키울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또, 울산 동구 동울산종합시장 유세에서 본인의 피습 사건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리더가) 차이를 드러내고, 편을 가르고, 밀어내고, 서로 갈등하고 싸우다 보니 야당 대표를 백주대낮에 흉기로 목을 찌르는 일이 벌어졌다"며 "차이가 있더라도 함께 손잡고 가게 하는 게 리더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은 통합"이라며 "야당 대표를 2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국정에 대해서 논의하자,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아무리 제안해도 야당 발목 잡는 것이 여당 하는 일입니다, 여러분. 이런 세상 보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임태훈 '부적격' 판단에 "20대 남성에 병역기피 정서 남다르다"
이재명 대표는 한편 진보당과의 단일화 합의에 따라 공천에서 배제된 이상헌 의원에 대해서는 '희생'을 강조했지만, 친명계 후보인 양 후보에 대한 비판에는 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과 진보당이 울산 북구 총선 후보를 진보당 윤종오 후보로 단일화한 것에 반발해 탈당한 이 지역 현역 이상헌 의원과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상헌 의원님께서 무소속 출마를 하실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며 "안타깝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에 괴롭지만 동참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기심을 버리고 모두를 위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작은 차이들을 극복해 내기만 한다면 저는 반윤석열 개혁진보 세력이 울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모든 구성원이 살아남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아무 잘못도 없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자의로, 타의로 중진 다선 의원들이 물러나지 않났냐"고 답했다.
이어 경기 안산갑 공천을 받은 양문석 후보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에 비하해 논란이 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대표는 답을 하지 않고 "여러분 반갑다. 긴 시간 함께 해줘서 고맙다. 울산시민 여러분들이 잊지 말고 행동해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정을 멈춰달라"고 서둘러 끝인사를 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 질문은 이상헌 의원 관련 질문에 이은 2번째 질문이었고, 질의응답이 그리 길게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이 대표가 곤란한 질문이 나오자 엉뚱한 답을 하고 서둘러 자리를 뜬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앞서 안산갑 경선에서 친문계 전해철 의원을 이기고 본선 후보가 된 양문석 후보는 지난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인터넷 신문 <미디어스>에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라는 등의 글을 기고했다. 해당 칼럼들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 등을 비판하며 "낙향한 대통령으로서의 우아함을 즐기는 노무현 씨에 대해서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씨와 이명박 씨는 유사불량품"이라고 적었다.
같은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기자간담회에서도 양 후보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말의 판단 기준은 일반적 국민의 정서와 상식에 부합하는지 여부"라며 "아직 확인을 하지 못했다.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14일) 유세에서 '살만하면 2번 찍든지 집에서 쉬라'는 이재명 당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말씀을 했는지) 확인을 해 보겠다"면서 당에서 말한 막말에 대한 '엄격한 조치'는 "전국적으로 뛰고 있는 후보들 누구라도 막말을 조심해달라는 당부의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재차 '부적격' 판단을 내린 데 대해서는 한 위원장이 "여러차례 강조하지만 더불어민주연합에서는 일반적인 국민의 정서와 상식에 맞는 후보와 기준에 맞는 후보가 꼭 되어야 한다"고 또 한 번 선을 그었다.
'임태훈 소장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민주연합은 모든 남성이 군대에 가는데 (임 전 소장이) 어떤 이유에서든 병역을 기피했다는 점이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20대 남성에게 병역기피에 대한 정서는 상당히 남다르다"고 임 소장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 기피로 보고 있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문재인 정부 때 사회적 복무로 대체되었는데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대 남성의 득표율을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에 "냉혹한 현실이기도 한데 전자(자가당찬 비판)에 대해 부정한단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어떻든간에 병역을 기피했다는 내용은 일반적으로 군대 갔다온 젊은 층에게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 일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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