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이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몰려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사격을 가해 118명이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정부는 이스라엘이 일시적인 휴전을 위한 조건을 상당부분 수락했다며 성사 여부는 하마스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2일 (이하 현지시각) <A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의 기본 틀을 지지해 왔으며, 이제 이에 동의하는 것은 하마스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오는 10일 경 시작되는 이슬람의 '성월'(聖月)인 라마단 전에 전투를 중지시키기 위해 중재국가인 이집트, 카타르 등이 수 주 동안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협상안에 대해 통신은 "기아 위협에 처했다고 우려되는 가자 북부 팔레스타인인 수십만 명에게 원조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이스라엘 정부는 6주 간 휴전과 부상자, 노인 및 여성을 포함해 인질 중 취약한 사람들의 석방을 실시하는 제안을 '대체로 수용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미 고위 관리가 "현재 공은 하마스에 있으며 우리는 가능한 한 이 문제를 계속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은 논평 요청에 즉각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집트의 한 고위 관리는 중재자인 이집트와 카타르가 3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카이로 회담에서 하마스로부터 응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며 이날 회담에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가자지구의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가운데 미국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항공편을 활용한 구호물품 전달을 시작했다. 통신은 미군이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요르단과 이집트도 이와 같은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구호단체들은 이같은 '에어 드랍'(Air Drop) 방식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라며 대신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다른 길목을 개방하고 장애물을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에서 구호품을 가져가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사격을 가해 2일 현재까지 118명이 숨지고 76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 방송 BBC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탱크가 있는 상황에서 가자시티 남서쪽 해안 도로를 이동 중이던 구호품 수송대에 몰려들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집트의 구호품을 싣고 있던 트럭 30대가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통로'라고 지정한 곳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 와중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트럭을 둘러쌌다. 이에 이스라엘 탱크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신중하게 경고 사격 몇 발을 발사했"지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수송대에 대해 조준 사격을 하지 않았다면서, 수송대가 원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은 "또 다른 IDF 대변인은 일부 민간인들이 인근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경고 사격도 무시하고 접근했다면서, 위협을 느낀 군인들이 '제한된 대응'의 일환으로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마스 측은 "즉각적인 살상을 목적으로 머리를 향해 발사하는 시민들을 직접 조준 사격"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약 100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해당 사안에 대한 비공개 긴급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식량을 구하고자 애쓰는 민간인을 향한 이스라엘군의 발포"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3만 명을 돌파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AP> 통신은 "가자 보건부는 2일까지 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3만 32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며 "보건부는 수치에서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는 않지만 여성과 어린이가 사망자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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