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영남 5선 중진 김영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현 지도부 일원인 이양수·유의동 의원과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을 단수공천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의원이 지역구 이동이나 경선 참여 등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바로 공천에서 배제된 것은 김영선 의원 사례가 처음이다. 영남권 3곳에서 치러진 결선투표에서는 현역의원 3명이 일제히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경기 고양정 단수공천을 받았던 김현아 전 의원도 컷오프되는 것으로 결과가 뒤집혔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일 당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발표된 2차 경선 결선투표 결과를 보면, 부산 동래에서는 김희곤 의원이 탈락하고 서지영 전 중앙당 총무국장이 후보로 결정됐다. 대구 중·남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원이었던 친박 성향 도태우 변호사가 임병헌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경북 포항남·울릉에서는 이상휘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김병욱 의원을 꺾었다. 사흘 전 전봉민(부산 수영)·김용판(대구 달서병)·이주환(부산 연제)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국민의힘 지역구 현역의원의 경선 패배는 이로써 6명째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공관위 회의를 통해 경남 창원의창 현역인 5선 김영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창원의창은 김종양 전 경남경찰청장과 배철순 전 대통령실 행정관 간 양자 경선으로 발표됐다. 김영선 의원은 앞서 출마지를 김해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으나, 김해을에는 앞서 조해진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고, 김해갑은 이날 권통일 전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 김정권 전 의원, 박성호 전 경남부지사 간 3자 경선 지역으로 확정됐다.
지역구 현역의원에게 출마지 변경이나 경선 참여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배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당사자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내놓은 첫 '비(非)경선 컷오프' 발표가 사흘간의 3.1절 연휴 한가운뎃날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통상 연휴 기간은 유권자들의 정치 뉴스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당 지도부 일원인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재 지역구(경기 평택을,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에 그대로 다시 단수 공천을 받았다.
경북 영주·영양·봉화에서는 현역인 박형수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가기로 하고,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박 의원은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지역에서 김재원 전 의원과 양자 경선을 벌이는 것으로 결정됐다. 기존 군위·의성·청송·영덕 현역의원인 김희국 의원은 이번 총선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아 불출마자로 분류된다.
이는 이틀 전 국회를 통과한 선거구획정안에 따라 지역구 일부 조정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기존의 대구 동구갑, 동구을과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영주·영양·봉화·울진은 지난해 7월 군위군이 경북도에서 대구광역시로 소속을 옮김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는 대구 동·군위갑, 동·군위을과,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영주·영양·봉화로 바뀐다.
임종득 전 차장이 용산 참모 출신으로 TK 지역에 단수공천을 받은 것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당선인 비서실 정무2팀장을 지낸 이상휘 전 관장의 경선 승리 등을 놓고 보면 윤 대통령 비서·참모 라인의 강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양수 의원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분구 지역인 인천 서구갑은 박상수 변호사, 서구을은 박종진 전 앵커, 서구병은 이행숙 전 인천시 부시장이 단수공천됐고, 경기 평택갑은 비례대표 한무경 의원이 역시 단수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 경기 안산을과 고양을은 원외 인사들 간 경선을 벌이기로 했다.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도 5곳 발표됐는데, 경기 고양정(옛 일산서구)에는 18·19·20대 국회에서 서울 양천을 지역 3선을 한 김용태 전 의원이 후보로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고양정은 당초 김현아 전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는 것으로 공관위 심사 결과 발표됐지만, 한동훈 비대위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재심을 지시했다. 결국 재심사 결과 김현아 전 의원은 배제됐다.
다른 4곳의 우선추천 대상 지역과 후보는 서울 노원을(김준호 서울대 연구원), 인천 부평을(이현웅 전 당협위원장), 경기 수원을(홍윤오 전 국회 홍보기획관)와 고양갑(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호남 지역에는 광주 서구을에 김윤 전 대우차 세계경영기획단장, 북구갑에 김정명 전 시당 부위원장, 북구을에 양정아 전 아나운서를 공천하는 등 광주·전북·전남에 12명의 후보를 단수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이로써 호남 지역 28개 선거구 중에 26개 선거구에 후보 추천을 완료했다"며 "지역주의 극복 및 국민 화합을 위해 전국의 지역구 후보를 모두 공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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