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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새정치 말아먹은 안철수의 길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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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새정치 말아먹은 안철수의 길 갈 것인가?

[정희준의 어퍼컷] 안철수에서 이준석 세력에게 넘어간 새정치의 주인공

요즘 '제3지대론'이 화두가 됐다. '제3당'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제3지대가 이렇게 회자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저작권은 안철수에게 있다. 2016년 안철수는 "친박·친노 패권세력 빼고 다 모이자"고 제안했는데 그 핵심은 '문재인 빼고'였다. 당시 제3지대론의 핵심은 '타도 문재인'이었는데 이는 결국 안철수의 대권을 위한 플랫폼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안철수는 제3지대를 궤멸시킨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옛 국민의당 대변인이었던 장진영 변호사는 "그토록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불과 4년 만에 모두 까먹고 제3지대를 빈털터리로 만든 주된 책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안철수에게 있다"면서 "정치인 안철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반성과 참회"라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새정치 말아먹은 안철수

2011년 혜성과 같이 정치무대에 등장해 '새정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한 몸에 받았던 그다.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에게 양보하고 박근혜, 문재인의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는 국민적 성원을 받으며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안철수 신드롬'을 불어일으킨 장본인이었다. 본인 말대로 윤여준 전 장관 정도의 멘토가 300명이 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의 핵이었다.

그러나 당시 안철수의 사람들은 지금 모두 떠나갔다. 김종인, 이상돈, 금태섭, 장하성, 한상진, 김성식 등 주변에 있던 동지들이 계속 떠나 지금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또 그의 의원실은 '보좌관들의 무덤'으로 익히 정평이 나있다. 초기 3년간 떠나간 사람이 20명이 넘는다. 정치적 목표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시작했는데 국민의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지금은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많은 중도 유권자는 물론 민주당 사람들도 안철수를 논할 때 분노한다. (그가 과거 그토록 비판하던 새누리당의 후예)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과 단일화하고 거기서 국회의원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2016년 '제3지대'를 꺼낸 것도 더 이상 '새정치'를 자기 입에 올리기에 민망해서 아니었겠나.

새정치는 이제 이준석에게

지금의 제3지대는 기득권 양대 정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 보기에 지겨운 싸움만 이어가고 제대로 기능을 못하자 한국정치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등장한 움직임이다. 여러 집단이 어지러이 혼재한 상태에서 조금씩 정리가 되며 개혁신당으로 뭉치는 듯 했는데 다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두쪽으로 나뉘었다. 제3지대마저 양대 정당의 하부리그로 고착화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새정치의 주인공은 이제는 노회한 안철수에서 이준석 세력에게 넘어간 것만큼은 확실하다. 당원 집단 탈당 등 홍역을 치른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김종인 영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 제3지대를 상징하는 개혁신당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안철수가 말아먹은 새정치, 이준석은 구현할 수 있을까. 김준우 녹생정의당 비대위원장은 개혁신당에 가기 위해 탈당하는 이들을 말리며 '이준석과 정치하기 힘들다'고 했다던데 이준석은 신뢰의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안철수와 이준석이 닮은 것

정치는 세력으로 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 정치다. 그럼에도 이준석은 안철수가 그랬듯 함께 했던 주요 정치인들과 모두 결별했다. 박근혜, 안철수, 손학규, 유승민에서 지금의 이낙연까지.

같은 당 동지들과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대표였을 때는 1대100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안철수가 자신이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호남 중진 이끌고 탈당했듯 이준석도 자신이 당대표였던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정치란 정답이 아닌, 해법을 찾는 것이다. 국민연금 문제든, 작금의 의사 정원 문제든, 정답은 뻔하지만 결국은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이준석은 항상 자기가 정답이라며 고집한다. 이 역시 안철수와 닮았다.

그럼에도 안철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이 쫓는 보수 이념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보에서 시작해 '극중주의'를 거쳐 보수의 품에 안긴 안철수, 안희정이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뀝니까"라고 비판한 손학규, 자신의 정치 행로가 스스로도 헷갈릴 '피닉제' 이인제 등과는 차별화된, 자신의 가치와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려는 정치인이다.

이준석의 과제

중도 유권자는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도 제3지대의 안착을 말없이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정치에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는 제3지대에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의미다.

"논리적 설득과 주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 간의 도리와 관계, 신뢰가 중요한 거라는 걸 깨달았다."

돌고 돌다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온 이언주 전 의원이 말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양정숙 의원 입당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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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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