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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스스로 묶는 '오디세우스 전략' 필요" … 잼버리 이후 대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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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스스로 묶는 '오디세우스 전략' 필요" … 잼버리 이후 대안 '주목'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59] 내부개발 재수립 과제 점검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마무리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대회 개최지였던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현장에서는 수많은 곡절의 소사(小史)가 스쳐지나갔다.

잼버리 대회 파행 이후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냐는 '책임론 추궁' 논란이 불거지며 여야 대치 국면 속에 공방이 진행되는 등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북은 '예산 빼 먹는 꿍꿍이가 있는 지자체'로 폄훼되기도 했다.

지금이야 여러 논란과 오해가 불식됐지만 작년 8월 이후 180만 전북도민들은 국제적인 행사를 망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촉발한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새만금개발청과 인근의 새만금산업단지 항공 사진 ⓒ연합뉴스

잼버리 대회 파행을 둘러싼 책임론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를 작년 9월18일 착수해 같은 해 12월22일 마무리했다.

감사원은 당시 여러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어서 전북도청 외에 여성가족부와 잼버리대회 조직위, 새만금개발청 등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지감사 공문을 보냈다. '실지감사'는 감사기관이 대상기관과 현장을 방문해 감사를 실시하는 감사 착수의 첫 번째 단계를 말한다.

감사원은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1·2·3과 인력을 투입해 '잼버리 감사단'을 구성했고 감사팀이 전북도청 3층의 감사장에 상주하며 '전북도 잼버리 추진단'을 비롯한 각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감사를 벌였다.

지금은 실지감사 종료 이후 서면 등으로 대상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의견수렴'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감사보고서 작성(3단계) →감사보고서 검토 및 심의(4단계) →감사보고서 시행 및 공개 준비(5단계) 과정을 거쳐 감사보고서를 공개(6단계)하게 된다.

전북에서는 여러 절차를 감안할 때 올 4월 제22대 총선이 끝난 이후에나 감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잼버리 대회 감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마무리가 덜 된 상태"라며 "감사 착수와 처리 단계상 '의견 수렴 중'이라는 것 외에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걷어낸다 해도 급제동이 걸린 새만금사업의 향방은 아직 미지수라는 게 전북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재 새만금사업은 정부의 내부개발 재수립 방침에 따라, 속칭 '빅픽처(Big Picture)'를 그리기 위해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 의견 수렴 중에 있다.

▲새만금 사업 내부에 있는 새만금간척박물관 모습 ⓒ새만금개발청

1991년 11월에 첫 삽을 뜬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이 30여년 동안 방조제를 축조하는 일 외에 내부개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림만 그리다 다시 스케치북을 꺼내든 모습이다.

내부 개발의 밑그림 작업을 진행할 새만금개발청은 올 연말까지 초안을 잡은 뒤 내년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민간투자 가속화에 따른 여건 변화를 반영하여 기업 중심의 기본계획을 2025년까지 재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 주요내용'을 21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업 친화적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새만금 산업단지' 기반시설 건설과 근로여건 개선 등 맞춤형 기업지원을 강화하여 새만금을 첨단전략산업의 중심지로 구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되돌아 보면 새만금사업은 내부개발을 위한 밑그림을 너무 많이 그려서 탈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전북 서해안의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해 내부 토지 2만9100ha와 담수호 1만1800ha 등 총 4만900ha(409㎢)의 땅을 새롭게 조성하는 새만금사업은 서울의 3분의 2, 파리의 4배에 해당하는 국토를 넓히는 국책사업이다.

5000만명의 국민 모두에게 나눠준다 해도 1인당 약 9.9㎡, 3평씩 할애할 수 있는 크기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4단계로 나눠 오는 2050년에 용지개발을 완료하는 등 '장기사업 중 최장사업'으로 축 늘어져 있다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내부 토지를 지나는 남북도로 항공사진 ⓒ새만금개발청

공간구상 계획은 수도 없이 변했다. 100% 농업생산기지 조성(1991년)에서 시작해 복합개발(2007년 4월)→다기능 융복합기지 조성(2008년 10월)→명품복합도시 개발(2010년 1월) 등으로 변천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창조적 녹색·수변도시 구현(2011년 3월)→글로벌 경제협력 거점 육성을 위한 경제협력특구 도입(2014년 9월)→탄소중립 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녹색성장 중심지 구현(2021년 2월) 등 굵직한 공간 구성계획 변경만 기록한다 해도 두꺼운 책 한 권이 나올 정도이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큰 그림만 여러 번 바뀌었지 작은 그림을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색칠한 사례까지 감안하면 새만금 밑그림은 사실상 누더기를 방불케 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색칠을 하고 하나씩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강한 실천력'이 중요한 때"라고 강변했다.

전문가들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지속가능한 새만금 내부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국가 차원의 혁신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30년 넘는 세월 속에 정책 일관성이 배제된 새만금이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만큼 이를 극복하고 대규모 투자와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굵직한 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들이 표심 사냥용으로 새만금 개발을 써먹는 일회용으로 전락하다보니 그림만 그리다 판이 끝날 지경"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30억원의 용역비까지 마련해 지속가능한 빅픽처를 그리겠다고 하니 목적을 분명히 하고 다시는 정략적으로 새만금이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승 군산대 교수(무역학과)의 제안은 이런 측면에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이 교수는 "새만금이 다시는 정략적으로 활용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새만금은 항해 중인 배와 같다. 가장 큰 난관은 '세이렌의 유혹'이다"고 주장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작년 9월 이후 새만금 입주기업 간담회 를 추진하며 기업들의 애로 해소에 나서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자신을 기둥에 묶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뜻을 이뤘다.

이양승 교수는 "새만금도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다시는 목적변경이 불가능하도록 스스로 묶을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새만금사업은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다.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 묶어 유리함을 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만금'을 조성하기 위해 명확한 목적으로 묶어 목적지에 도달하는 '오디세우스의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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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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