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도주했습니다"
2021년 3월 22일 오후 10시 20분 이 같은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한 포터 차량 운전자는 갓길에 정차해 있던 A(48·남) 씨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운전자 B 씨가 차량을 세우고 사고 조치를 하기 위해 A 씨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A 씨로부터 술 냄새가 진동했고 B 씨가 음주 운전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던 찰나 A 씨는 옆길 담을 넘어 그대로 도주했다.
곧바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 씨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근을 수색하다 사고 장소로부터 8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A 씨를 발견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9%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이 인적 사항을 물어보며 신분증을 요구했으나 A 씨는 되려 욕설하며 이를 거부했다. 알고 보니 A 씨는 과거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사건 당시 경찰이 음주 측정 전에 운전자의 입을 헹구도록 하는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교통경찰관의 업무처리 기준과 절차를 정한 '교통단속 처리지침'에 따르면 단속 경찰이 주취 운전 의심자의 호흡을 측정할 때는 입 안의 잔류 알코올을 헹궈낼 수 있도록 음용수 200ml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의 내부 업무처리 지침은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가 아닌 데다 설사 입을 헹구게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음주 운전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속 경찰이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더라도 음주 측정 절차가 위법하거나 증거가 부정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