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즉각전 휴전을 거부한 대신 "가능한 한 빠른 일시 휴전"을 촉구했다. 여전히 국제사회의 여론과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이 처음으로 휴전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일시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 모여있는 라파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침공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해당 결의안에 대해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을 제안한 알제리의 초안을 미국이 거부한 이후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실행 가능한 한 빠른 일시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이어 미국은 이스라엘의 라파 지역 공격에 대해 "민간인들에게 더 많은 해를 입히고 이들이 인근 국가들로 이동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방송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휴전을 원하는 대부분의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의 바람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그동안 미국이 안보리에서 제기된 휴전 촉구 결의안을 두 차례나 거부했는데 이번에는 '휴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여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입장에 다소 변화를 준 데에는 이스라엘이 라파 지역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는 등 더 이상 묵인하기 힘든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공격을 예고한 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미국 NBC 방송은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영어의 욕설 표현인 'asshole'(멍청이)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 발언에 정통한 3명의 관계자를 인용,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사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적어도 세 번 네타냐후를 'asshole'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등을 돌리려는 상황임에도 이스라엘 측은 지상전 시점을 구체적으로 예고하고 나섰다. 19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함께하고 있는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18일 미국계 유대인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이슬람의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까지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전투가 라파지역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라마단은 3월 10일에 시작될 예정인데, 간츠 대표의 발언은 이 때까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인질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벌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제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라파에 대한 지상전이 벌어진다면 대규모의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지상전 실행 의지를 보였다기 보다는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온 발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인 140만 명 정도가 라파에 피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19일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2만 9092명, 부상자는 6만 9028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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