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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서 8년만에 총선 양강구도 재현? 개혁신당 '찻잔 속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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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북서 8년만에 총선 양강구도 재현? 개혁신당 '찻잔 속 태풍'?

[지방정치 오디세이 32] 전북 개혁신당의 과제

전국적인 22대 총선 국면은 3자 구도로 사실상 굳어졌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4개 정치세력이 설 연휴에 전격적으로 합당을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의 3개 정당이 맞붙는 총선 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과거에도 제3지대 신당이 돌풍을 일으킨 적은 몇 차례 있다. 선거 국면을 3자 구도로 몰고 가 원내 교섭단체 요건인 20석 이상 확보한 사례는 많지 않다.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31석), 1996년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50석), 2016년 안철수 국민의당(38석) 등이 꼽힌다.

그만큼 여야 양대 정당 구조로 고착화된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 정당의 성공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특정 정파나 특정 지역을 토대로 한다 해도 수도권에서 어느 정도 받쳐주어야 가능한 까닭이다.

4개 정파가 명절 밥상에 제3당을 올리기 위해 서둘러 '빅텐트'를 펼쳤지만 아직 전북에서 개혁신당의 깃발은 보이지 않는다. 전국적으로는 3자구도가 윤곽을 잡았지만 전북에서 민주당과 개혁신당간 '양자구도'는 지금도 전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개혁신당 이낙연(왼쪽),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연 전북에서 개혁신당은 돌풍의 주역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가?

답을 유추하려면 안철수 국민의당이 전북을 석권했던 8년 전의 상황을 반추해봐야 한다.

국민의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기반인 전북 등 호남 의석의 대부분을 석권했다. 전북 10석 중 무려 7석을 가져갔고, 광주 8석 모두와 전남 10석 중 9석을 확보하는 등 사실상 호남 정치를 일거에 장악했다.

전북에서 국민의당 돌풍이 어느 정도 강했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을 봐야 한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전북 비례대표 득표율은 42.8%를 기록해 더불어민주당(32.3%)을 한 순간에 뒤엎었다.

신생 정당이 수십 년 동안 전북을 장악해온 기존 정당을 일거에 내친 것도 그렇지만 양당 간 득표율 차이가 무려 10%포인트가량 격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충격 그 이상의 패배였다.

당시 국민의당이 전국에서 차지한 비례대표 득표율은 26.7%에 불과했지만 전북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를 안겨주며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표출했다.

전북 등 호남의 열광적인 지지에 힘입어 국민의당은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를 기록하면서 원내 제3당의 지위에 올라 신흥정당으로서 성공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물론 국민의당이 오래가지 않았지만 민주당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충격의 일격'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었다.

전북 정치권의 한 원로는 "8년 전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힘은 기성 양당정치의 오만과 무원칙에 대한 정치불신과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 안철수라는 구심점, 호남의 지역기반 등이 상호작용한 결과"라며 "국민적 여망과 인물, 정책과 지역 등이 병행되지 않는 한 양당구도를 깨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원로는 "이런 점에서 개혁신당의 가장 큰 한계는 과거 호남을 기반으로 뒀던 국민의당이나 충청을 기반한 자민련처럼 확고한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정부여당이 '전북 책임론'을 주장하며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78%나 삭감한 이후 전북의 정치지형이 민주당 일색으로 강화된 상태이어서 개혁신당이 비집고 들어올 공간은 그리 넓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벌써 민주당 소속 전북 정치인들이 개혁신당에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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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병 출마를 선언한 황현선 예비후보는 "개혁의 탈을 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원칙과 상식, 새로운 선택 등 4개 정치세력이 모인 단일정당은 야합에 불과하다"며 "정당으로서 추구해야 할 어떤 명분과 가치도 없이 제3지대라는 반사이익만 노리고 공천을 위해 급조된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에 전북 민심을 끌어당길 인물의 구심점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이 이른바 '녹색 돌풍'을 일으킨 힘은 지지율 선두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의원이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했다. 여기다 전북 등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안철수와 함께하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 수십년 동안 민주당이 장악해온 호남을 일거에 접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개혁신당의 경우 정치색이 다른 제반 세력이 모여 구심점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전북 등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는 이낙연 공동대표 외에 찾아볼 수 없어 지역민심을 흡입하는 동력 역할에 일정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의 이덕춘 전주시을 예비후보는 "제3지대 세력이 정당 정체성과 정책기조 등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채 '개혁신당'으로 합당한 것에 대해 지역민심은 혹독하게 비판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며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사람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함께 한 '권력추구형 결합'이라는 지역의 비판적인 여론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이덕춘 전주시을 예비후보는 "제3지대 세력이 정당 정체성과 정책기조 등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채 '개혁신당'으로 합당한 것에 대해 지역민심은 혹독하게 비판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이덕춘 예비후보는 "전북 민심은 졸속 합당부터 권력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는 순수성이 결여된 합당이라는 지적까지 부정적인 시각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경선이 과열로 치달으며 전북지역의 중도·무당층이 역대 선거 때보다 얇아진 점도 개혁신당에게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할 때 전북의 현재 중도층은 15~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전북 정치권의 진단이다. 통상 큰 선거를 두 달 가량 앞뒀던 이전 사례와 비교할 경우 전북의 중도층이 10%포인트 가량 더 얇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중도·무당층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으로 쏠리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경향이 강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북의 중도·무당층이 얇아진 상태에서 개혁신당이 이마저 끌어안지 못한다면 호남 텃밭 내 '양강구도 대결'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세게 붙었던 8년 전의 구도를 재현해내기란 극히 불투명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탈당 등 이합집산도 기대하기 힘들어 개혁신당의 인물난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북 개혁신당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을 제시하거나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하며 진정성 있게 다가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정책과 인물, 진정성의 '정치 3대 원칙'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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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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