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 2년 유예'안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된 당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며 "현재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그대로 시행되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라고 밝혔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의 의견수렴 방식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찬반 토론을 거쳐 원내대표가 결단했다"고 설명한 뒤 "15명 정도가 찬반 토론"을 했고 찬반 토론 비율은 "반반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윤 원내대변인은 '재협상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정치 영역이나 국회 내에서는 언제든지 상황 변화가 발생하면 협의가 가능한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건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 동의 조건인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대해 이날 오전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했다. 중재안의 주요 내용은 산업안전보건청에서 산업재해 단속·조사 기능을 빼고 예방·지원 기능만 수행하는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지금이 아닌 2년 뒤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 與, 野에 '2년후 산업안전지원청' 제시…중대재해법 유예 막판 협상)
민주당이 여당의 이같은 제안을 의총에서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건설노동자 고 정순규 씨 아들 정석채 씨 등 산재 유족들은 정의당 의원단, 양대노총 등과 함께 민주당 의총장 앞을 찾아 "중대재해법 유예 막아달라", "안 된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의총 결과를 기다리던 중 정석채 씨는 기자들에게 "어제 부산 기장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처법 시행 후) 첫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들(사업주)을 또 처벌에서 벗어나게 해주면 유가족은 얼마나 더 많이 생겨야 하고, 유예하는 동안 (노동자는) 더 죽어도 상관 없다는 것이냐"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민주당의 힘으로 개혁법안을 만들어봐야 다 거부권으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민주당이 법을 개악하거나 악법을 만드는 것은 막을 수 있다"며 "정권도 경제 실패로 인한 중소영세사업자들의 불만을 중처법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총이 끝나고 민주당이 중처법 시행 유예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과가 알려지자 산재유족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퇴장하는 의원들에게 "고맙습니다", "끝까지 막아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를 거부한 데 대해 "민주당이 의총을 통해 우리 당이 제시한 협상안을 끝내 걷어찼다"며 "민생 현장의 절절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800만 근로자와 83만 중소기업, 또 영세자영업자들의 눈물을 외면한 민주당의 비정함과 몰인정함에 대해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추가 협상 여지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추가 협상의 자세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고 어떤 협상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홍 원내대표와 만남을 추진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만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 논의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정부·여당이 어쨌든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절박한 사정을 고려해서 유예를 숙고한 부분이 있었다"며 "민주당이 외면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당의 수정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이날 본회의 상정 가능성이 거론됐던 '중대재해법 2년 유예' 안건은 불발됐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가상융합산업진흥법, 고향사랑기부금법, 자동차관리법 등 무쟁점 민생법안 47건을 처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하고 대선공약으로도 내걸었던 하천법 개정안, 즉 하천 구역 내의 불법행위 근절을 골자로 한 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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