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금이 예상 세입보다 56조4000억 원 덜 걷혔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확정됐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덜 걷힌 데다, 정부의 감세 조치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증세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 국세수입 실적(잠정)'을 보면, 작년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 원이었다. 전년(395조9000억 원) 대비 51조9000억 원 줄어들었다.
아울러 이 같은 국세 수입은 당초 세입예산안(400조5000억 원)보다 56조4000억 원 적다. 이는 한국 건국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결손이다.
본예산 대비 실질 세수 오차율이 -14.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세수 오차율은 3년 연속 두 자릿수에 이르렀다. 다만 2021년과 2022년은 본예산 예상 수입보다 세금이 더 걷힌 초과 세수인데 반해, 이번에는 세금이 부족한 결손이 발생했다.
한편 2022년에는 세금이 더 걷혔으나, 초과세수가 예상되면서 추가경정예산에서 국세 수입 예산을 올렸다가 결과적으로는 7000억 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세수 결손이 2년 연속 일어난 것은 2012~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세수 세부 내역을 보면, 우선 경기침체로 인한 영향이 드러났다. 작년 법인세 수입은 80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조2000억 원(22.4%) 줄어들었다.
소비 위축으로 인해 부가가치세도 7조9000억 원 덜 걷혔다. 무역 악화로 인해 관세 수입도 3000억 원 줄어들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도 확인됐다. 양도소득세수가 14조7000억 원 감소했다. 종합소득세는 2조5000억 원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체 소득세는 12조9000억 원 덜 걷혔다.
현 정부 감세 조치도 영향을 끼쳤다. 종합부동산세가 2조2000억 원 덜 걷혔다. 2022년 세제개편으로 인해 소득세는 3조5000억 원, 법인세는 5000억 원이 덜 걷혔다.
이처럼 국세 수입이 줄어들어 정부 재정이 위축됨에 따라 결국 세금 인상 방안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고려되는 건 담뱃세 인상이다.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명목이 있는데다 2015년 한꺼번에 담배값이 두 배가량(2500원 4500원) 오른 후 사회가 적응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현재 국내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 역시 인상 명목이다.
실제 담배업계는 올 4월 총선 이후 담뱃값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련해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담배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담배 판매량은 36억1000만 갑으로 전년(36억3000만 갑) 대비 0.6% 감소했다.
다만 면세 담배 판매량은 2022년 8400만 갑에서 작년 1억3500만 갑으로 급증했다.
면세 담배 판매량을 더할 경우 실질 판매량은 37억4300만 갑이 된다. 전년(37억1400만 갑) 대비 0.8% 증가했다. 2년 연속 증가세다.
담배 한 갑을 판매할 때 얻는 제세부담금은 11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제세부담금은 2015년 담뱃값 인상 당시 한 갑당 1550원에서 3323원으로 두 배 이상(1773원) 올랐다.
정부가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리는 경우를 가정하고 이에 따라 제세부담금이 다시 두 배가량(3000원) 오를 것을 고려하면 작년 담배 판매량 수준으로 22조8000억 원가량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올해 대비 11조 원가량의 세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담뱃값을 포함해 소비세 등의 인상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고려하면 소득이 클수록 더 큰 부담을 지는 직접세 인상 대신 소비세 인상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