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하마스에 붙잡힌 이스라엘 인질 석방 및 교전 중단 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해당 사안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 번스 국장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네아 국장이 이번 주말 유럽에서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들이 가자지구에 붙잡힌 인질 협상 및 교전 중단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지난해 11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 당국 수장이 카타르와 이집트 관리들을 만나 인질 100명 석방 및 교전 중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며 이번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협상의 구체적 내용도 알려졌다. 통신은 "회담에 정통한 제3의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여성과 어린이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100명 이상의 인질을 석방하고 60일 간의 교전 중단을 제안했다고 말했다"며 "이어 민간인 남성과 여군, 그리고 하마스에 납치된 후 사망한 인질들의 유해가 넘겨질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 협상의 결과가 이대로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은 "이 계획은 하마스의 제안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주 전쟁의 종식과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적인 보장, 그리고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의 공습에 가담한 사람들을 포함해 이스라엘이 억류하고 있는 모든 억류자들의 석방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은 미국이 지지하는 영구적인 휴전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1일 하마스의 조건을 거부했다고 말했다"고 밝혀 협상 성공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미국 및 예루살렘 특파원을 지냈던 크리스 맥그릴은 25일 '바이든이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맞설 수 있을까? 내기하지 마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 대통령들은 이스라엘의 행태를 막아내기 어렵다며 협상 성공에 대한 비관적인 관측을 내놨다.
그는 "바이든은 두 국가 해결책에 대해 우회적인 약속을 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서서히 식민지화하고, 그곳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자 이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해 미국이 네타냐후의 행태를 묵인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의 오랜 재임기간 동안 워싱턴, 브뤼셀(유럽연합 본부 소재), 런던의 정치인들은 '립서비스'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긍정적인)발언을 해왔지만, 그들과 사적으로 대화할 때 팔레스타인이 패배한 민족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방도 사실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맥그릴은 "지난주 <가디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로 무기 수송을 보호하기 위해 점령지에서 반인도적 범죄 혐의가 있는 것들을 사실상 은폐함으로써 미국의 인권법을 훼손하는 일을 하는 집단을 별도로 두고 있다"고 밝혀 미국이 국제규범보다는 이스라엘 보호를 철저하게 관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백악관은 미국 시민권자인 <알자지라>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총격을 받았을 때 이를 문제삼지 않았고,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를 두고 갈등이 있었지만 미국의 군사 원조와 외교적인 보호는 중단되지 않고 이어졌다면서,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현 대통령이 여기서 교훈을 얻고 현재와 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맥그릴은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는 가자 공격을 팔레스타인에 대한 조직적 억압의 증거로 보는 많은 진보적인 민주당원들을 화나게 했다"며 "네타냐후의 비타협적인 태도에 맞서 바이든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위해 싸울 것이라는 예상은 아마도 지나친 기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그는 "오래 전부터 팔레스타인 국가에 반대하는 정치적인 삶을 보냈다"며 지금 그의 정책이 변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 정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백악관이 미래의 이스라엘 정부와 아랍 국가들 간 협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포함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극우 연정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맥그릴은 "네타냐후 총리가 사라졌을 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이스라엘 국민들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와 무장세력들이 1200명을 학살하고 200명 이상을 납치한 일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실패의 책임을 네타냐후에게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후임자들 가운데 팔레스타인과 실천 가능한 협상을 벌이겠다는 진지한 약속의 표시는 별로 없으며, 그 협상은 미국의 강력한 압력 없이는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견인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적 공존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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